윤석열 정부의 초대 국무조정실장으로 윤종원 기업은행장을 내정하는 것과 관련해 당정 간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5일 “윤 행장의 국무조정실장 내정은 문재인 정부의 잘못된 경제정책을 수용·인정하는 꼴”이라는 우려를 윤석열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전달했다고 밝혔다. 윤 행장이 2018년 문재인 정부의 두 번째 경제수석으로 1년가량 재임했던 점을 거론한 것이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은 “권 원내대표뿐 아니라 비서실과 경제부처 인사들도 반대 문자를 보내와 고심 중”이라고 답했다고 권 원내대표는 전했다. 그는 윤 행장을 국무조정실장으로 제청한 한덕수 국무총리에게도 전화를 걸어 반대 의사를 전했으나 한 총리는 “(윤 행장을) 대신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난색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의 임명 불가론과 달리 정부 내에서는 “지난 정부에 몸담았다는 이유만으로 내쳐서는 안 된다”라는 목소리가 강하다. 윤 행장이 문재인 정부에서 경제수석으로 정책 실패를 방기했다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는 지적이다. 경제부처 고위 관계자는 “홍장표 전임 경제수석의 바통을 이어받아 일방적으로 추진된 소득주도성장 정책 기조를 성장 및 혁신으로 되돌린 것은 인정해줘야 한다”며 “문재인 정부에서 시스템반도체와 바이오, 미래차 등을 중심으로 미래 성장동력 투자에 나선 배경에는 윤 행장 주도의 정책 전환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윤 행장은 당시 정책 방향을 놓고 김상조 정책실장 등 청와대 정책라인과 여러 차례 갈등을 빚었고, 이 과정에서 교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총리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문제가 있어 경제수석으로 불려갔던 사람”이라며 “윤 수석이 가면서 소득주도성장이 포용적 성장으로 방향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윤 행장의 국무조정실장 내정은 ‘책임총리제’ 의지가 강한 한 총리가 제청권을 행사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한 총리가 노무현 정부에서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을 맡았던 2005~2006년 당시 윤 행장은 종합정책과장이었다. 넓은 시야와 빠른 일 처리로 한 총리의 눈에 들었다고 한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던 2009년부터 2년 반 동안 최장수 기재부 경제정책국장으로 일하며 위기 극복을 이끌었다.
여당 반발 기류에도 윤 행장의 국무조정실장 내정 인사는 예정대로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한 총리는 이날 윤 대통령에게 “국무조정실장은 제 뜻대로 해달라. 책임지겠다”고 했고, 윤 대통령은 한 총리의 뜻을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