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자, 자동차 기업 R&D 효율 '갈수록 내리막'

입력 2022-05-17 15:57
수정 2022-05-17 16:14
국내 주력 산업인 전자, 자동차 분야 기업들의 연구개발(R&D) 효율이 타 산업에 비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지식재산연구원은 이런 내용을 담은 'R&D 기업의 효율성 결정요인:산업별 특허 효과를 중심으로'란 보고서를 17일 발간했다. 저성장의 고착화를 벗어나려면 '무차별 돈을 살포하는 R&D'에서 벗어나 '특허 창출이 가능한 R&D'로 체질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연구원은 2005~2018년 국내 제조업 분야 기업 938개 데이터를 토대로 이번 연구를 수행했다. 전자, 자동차, 기계·장비, 의약, 화학, 전기장비, 기타 업종으로 분류됐다.

분석 모형은 추정 생산함수 기반 확률 프런티어 분석(SFA)을 썼다. 자원 투입 대비 산출(효율성)을 판단하는 수학 모형인 SFA는 평가집단 내에서 상대적 효율성과 비효율성을 파악하는 데 유용하다. 추정 생산함수는 자본, 중간재, 노동, R&D스톡을 투입 변수로 하는 초월대수함수를 사용했다. 중간재는 매출원가와 판매관리비 합에서 인건비와 비용으로 처리된 R&D, 감가상각비를 뺀 것으로 상정했다.


분석결과 938개 기업의 R&D 효율성 평균은 0.427로 나타났다. 대기업이 0.458로 중견기업(0.421), 중소기업(0.423)에 비해 높았다. 산업별 효율성은 의약(0.54)이 가장 높고 전자(0.4)와 자동차(0.38)는 평균을 밑돌았다.

R&D 효율성에 미치는 변수인 업력, 연구개발 집중도, 특허 스톡(stock), 부채비율, 수출 여부, 자산 규모 등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은 '특허 스톡'으로 나타났다. 특허 스톡은 특히 전자, 자동차, 의약 산업 효율성 제고에 직결됐다. 반면 화학 산업 R&D 효율성 제고엔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연구원 관계자는 "지금까지 연구개발비와 인력을 증대하는 전략을 통해 경제 성장을 이끌어 왔지만, 잠재성장률이 떨어지고 기술적 환경이 급변하는 등 '성장의 한계'가 여실해지면서 투자 대비 효율성 확보가 절실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기업의 R&D패러독스(적극적 R&D 투자에도 성장이 정체되는 것)를 극복하기 위해선 혁신 R&D에 착수하는 것 뿐 아니라 혁신의 성과물을 특허로 권리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특허 등 지식재산권은 시장 지배력을 높이는 수단일 뿐 아니라 투자 유치에 도움이 되고, 침해 소송 리스크 대응·라이선싱을 통한 수익 확보 등이 가능한 전략 경영의 핵심 수단"이라고 덧붙였다.

이해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