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증권시장을 움직이는 ‘큰손’ 투자자들이 미국 경기 침체를 강하게 우려했다. 글로벌 원자재 가격 급등과 임금 인상이 미국 경제의 재앙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긴축 정책을 펼쳐도 경기가 연착륙할 것이라고 믿고 있지만, 월가의 경기 전망은 경착륙 쪽으로 쏠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헤지펀드 거물로 불리는 켄 그리핀 시타델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2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밀컨 글로벌 콘퍼런스 2022’에서 “인플레이션은 구조적인 문제”라며 “특히 근로자 임금 상승은 미국 경제에 ‘매우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Fed가 경기 연착륙을 자신하는 근거로 드는 ‘강력한 고용시장’이 반대로 경기 침체의 트리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기업들은 부족한 인력을 충원하기 위해 임금을 엄청나게 올릴 것”이라며 “임금발(發) 인플레이션은 1년 이상 지속될 변수”라고 했다.
그리핀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불붙은 원자재 가격 상승세에 대해선 ‘재앙(disaster)’이란 단어까지 썼다. 그는 “1~2년 동안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안 보인다”고 지적했다.
물가 고공 행진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물가를 잡기 위한 Fed의 빅스텝(한 번에 0.5%포인트 금리 인상) 횟수가 늘어나면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제인 프레이저 씨티그룹 CEO는 “한 세대 만의 최고 수준 인플레이션에 대처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글로벌 동반 침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투자자들은 이미 위험자산에서 발을 빼고 있다. 글로벌 채권투자업체 TCW의 브라이언 왈렌 공동 최고투자책임자는 “거시경제와 지정학적 위험이 커지면서 리스크 헤지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로스앤젤레스=황정수/뉴욕=강영연 특파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