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사진)이 6·1 지방선거에 국민의힘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한 자신의 측근인 유영하 변호사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나섰다. 후원회장 자격이긴 하지만 정치권에선 박 전 대통령이 사실상 ‘사저 정치’를 시작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박 전 대통령은 8일 오전 7시께 유튜브에 올린 4분54초 분량의 동영상에서 “사람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인성은 신뢰와 진정성이라고 생각한다”며 “작은 힘이나마 보태 유영하 후보를 후원하겠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유 후보는 지난 5년간 제가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시간을 저의 곁에서 함께했다”며 “제가 이루고 싶었던 꿈은 다 이루지 못했지만, 못다 한 이런 꿈들을 저의 고향이자 유 후보의 고향인 이곳 대구에서 유 후보가 저를 대신해 이뤄줄 것으로 믿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 전 대통령의 측근인 유 변호사는 국정농단 사태 이후 박 전 대통령의 법률대리인으로 활동했다. 지난 1일 국민의힘 소속으로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했다.
박 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유 변호사에 대한 지원에 나서면서 대구시장 선거에서 ‘박심(朴心)’이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지금까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는 유 변호사를 비롯해 홍준표 의원, 김재원 전 최고위원, 이진숙 전 대구MBC 사장 등 8명이 뛰어들었다.
경쟁자들은 즉각 반발했다. 홍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대구시장 경선이 정책 대결의 장이 아니라 전직 대통령 팔이, 대통령 당선인 팔이 선거로 변질됐다”며 “경선이 이렇게 전개되는 것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다음주부터 대구·경북(TK)을 시작으로 지역 순회에 나서기로 해 박 전 대통령과의 회동 여부가 주목된다. 배현진 당선인 대변인은 이날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브리핑에서 ‘박 전 대통령을 예방할 것이냐’는 물음에 “그 부분도 당연히 검토하고 있지만, 결정된 바는 전혀 없다”고 답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