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세 올리고 대출 조였더니…서울 월세 비중 40% 육박

입력 2022-04-07 17:36
수정 2022-04-08 01:00
서울 전·월세 시장에서 올해 처음으로 월세 비중이 40%를 뛰어넘을 전망이다. 급등한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를 월세로 충당하려는 임대인과 높아진 대출 문턱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월세를 택하는 임차인의 상황이 맞물려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7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 1월부터 3월까지 서울 아파트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를 낀 거래 비중은 37.33%(1만7628건)로 집계됐다. 연간 집계에서는 올해 사상 처음으로 40%를 웃돌 것이라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월세 비중은 임대차법이 시행된 2020년 7월 이후 빠르게 늘고 있다. 2019년 28.1%(5만1048건)이던 월세 비중은 2020년 31.15%(6만927건), 2021년엔 37.67%(7만3690건)로 뛰었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의 월세 거래량은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11년 이후 사상 최고치였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보유세 강화를 첫째 원인으로 꼽는다. 정부의 개별공시지가 현실화로 공시지가가 크게 뛰면서 보유세 부담이 커지자 집주인들이 세금을 내기 위해 현금을 창출할 수 있는 월세를 선호하게 됐다는 것이다. 송헌재 서울시립대 교수는 지난달 “임대인의 보유세가 1% 증가하면 증가분의 46.7~47.3%가 월세 보증금에 전가된다”는 실증연구 결과를 내놨다.

2020년 7월 시행된 임대차 3법도 월세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로 임대인이 원하는 전세 보증금을 받지 못하게 되자 신규 계약 때 월세를 선호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로 인한 전세 가격 급등이 다시 월세 전환을 촉발하는 악순환 구조가 고착화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대책에 따라 전세 대출이 어려워진 점도 이 같은 현상에 한몫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4월 코로나19 확산 이후 급격하게 불어난 가계부채와 집값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대출 규제 수위를 높였다. 전세 대출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시중금리까지 오르면서 전세자금 대출 최고 금리는 연 5%를 넘어섰다. 전세를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되는 전·월세 전환율이 4.1%(올 1월 기준)로 은행 대출 금리보다 낮아진 것이다. 임차인으로서도 대출 금리를 감안했을 때 전세보다 월세가 유리해진 셈이다.

당분간 이 같은 월세 심화 현상이 계속될 것이라는 게 업계 전망이다. 임대차 3법 시행 2년을 맞는 오는 8월 이후 계약갱신청구권이 끝나는 전세물량의 가격이 급등할 경우 월세 전환 속도가 더 가팔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월세 가격도 오름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2월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 가격은 125만2000원이다. 지난해 2월 113만2000원에서 지속적으로 올라 1년 새 11% 상승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주택 공급이 확대되지 않는 한 가격은 계속 오를 수밖에 없고, 월세화 현상도 장기 고착화될 가능성이 크다”며 “결국 임대차 3법의 본래 목표였던 주거 안정 취지가 무색해지고 오히려 서민들의 부담만 커졌다”고 말했다.

김은정/이혜인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