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공주의 파괴' 나선 고려아연…인사 체제 바꾸며 신사업 채비

입력 2022-04-01 10:59
수정 2022-04-01 11:08


고려아연이 연공주의에서 벗어나 성과 중심의 인사 체계 구축에 나섰다. 상무와 전무 직급을 통합하고 직원의 직급도 단순화했다. 제련업을 넘어 이차전지 소재·리사이클링 등 다양한 신사업이 전개되는 상황에서 직급 파괴를 통해 조직의 유연성을 높이려는 시도다.

고려아연은 1일 기존의 연공주의에서 벗어나 성과와 역량 중심으로 인사체계를 개편했다고 밝혔다. 수십년간 이어져온 팀 단위의 조직 체계를 본부 단위로 개편하고, 임직원 직급을 통합, 단순화한 것이 새로운 인사체계의 핵심 내용이다.

먼저 지난해 신소재사업추진본부, 지속가능경영본부 등 일부 조직에만 적용됐던 본부 체제가 전체 조직으로 확대됐다. 감사, 인사 등 일부 기능을 제외하고 역할과 기능 중심의 본부로 조직을 개편했다.

이와 함께 부사장 미만 상무,전무 직급을 '담당'으로 통합했다. 서열 중심이 아닌 역할 중심으로 임원 체계를 운용하기 위해서다. 사원부터 부장까지 6단계로 구분돼있던 직원 직급도 선임, 책임, 수석의 3단계로 단순화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공정한 평가와 보상, 기존보다 상위직급으로의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성과와 역량 중심의 인사체계를 운영할 것"이라며 "유연한 보직인사를 통해 새로운 기회와 활력을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려아연은 직급 개편과 함께 성과 평가 및 보상 제도도 새롭게 구축 중이다. 올해 초 새로운 임원 평가 제도를 도입한 데 이어 직원에 대한 평가 시스템도 연공이 아닌 성과 중심으로 바꿔나갈 계획이다.

'오래된 기업' 이미지가 강한 고려아연의 변화를 주도하는 것은 최윤범 고려아연 부회장이다. 작년 6월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본격적으로 경영을 주도하고 나선 최 부회장은 신재생에너지와 그린수소, 리사이클링, 2차전지 소재 등 세 가지 분야를 핵심 신사업으로 키우는 '트로이카 드라이브'를 경영 목표로 내걸었다.

하지만 이미 세계 1위 수준인 제련업이 아닌 신사업으로의 확장 과정에서 인재 부족, 경직된 조직 문화에 따른 어려움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신사업 성공을 위해선 조직의 틀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최 부회장의 의지가 대규모 인사 개편으로 이어졌다.

최윤범 고려아연 부회장은 임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신년사에 밝힌 트로이카 드라이브 비전 달성을 위해선 조직문화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며 "그 첫걸음으로 수십년간 유지돼온 조직과 직급체계에 새로운 변화를 주게 됐다"고 설명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