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후순위채, 경기침체 우려에도 잇단 흥행

입력 2022-03-31 17:56
수정 2022-04-01 00:30
우량 금융회사가 발행하는 후순위채가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물가상승) 우려에도 불구하고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높은 신용도를 감안할 때 연 4%대 금리를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기관투자가가 몰린 덕분이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농협생명보험은 이날 6000억원의 후순위채 발행을 완료했다. 당초 3000억원어치 수요를 모집했으나 지난 24일 수요예측 때 9110억원 규모의 기관투자가 주문이 몰려 발행 규모를 두 배로 늘려 잡았다.

우량한 신용등급(AA)에 비춰볼 때 발행금리가 연 4.35%로 높아 관심을 모았다. 같은 신용등급 5년 만기 일반 회사채의 평균 유통금리인 연 3.2%보다 1%포인트 이상 높은 이자를 얻을 수 있어서다. 이번 후순위채는 만기가 10년이지만 5년 뒤 회사의 중도상환(콜옵션 행사) 선택권이 붙어 있다.

전날 수요예측을 한 부산은행도 영구채(신종자본증권) 1100억원을 모집해 2240억원의 수요를 모았다. 은행 영구채 또는 후순위채는 다른 금융회사와 달리 부실화 시 원금 상각 조건을 담아 코코본드(Contingent Convertible Bond·조건부 자본증권)로 분류하기도 한다. 원리금을 단숨에 날릴 위험 때문에 채권 신용등급이 ‘AA-’로 부산은행 선순위 신용등급(AAA)보다 세 단계 낮지만, 희망 금리를 최고 4.5%로 제시하면서 관심을 끌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