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에게 낯선 파생상품으로 분류되던 상장지수증권(ETN)의 국내 시장 규모가 처음으로 10조원을 넘어섰다. 2014년 11월 첫선을 보인 이후 8년 만이다. 전문가들은 도입 10년 만에 10조원 문턱을 넘어선 상장지수펀드(ETF)보다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ETN 시장이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종가 기준 ETN의 지표가치 총액은 10조2894억1948만원이다. 지표가치란 ETN의 실질 가치로, 주식의 시가총액과 비슷하다. 덩치가 커진 만큼 ETN 상장 종목(273개)도 8년 새 20배 넘게 급증했다.
ETN은 최근 대세 투자 수단으로 자리 잡은 ETF의 ‘사촌’으로 통한다. 둘 다 기초지수를 추종하며 수익을 내고 거래소에 상장돼 투자자가 직접 매매할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주식 등 기초지수 내 자산을 직접 담아 운용하는 ETF와 달리 ETN은 금융회사 간 계약을 맺고 기초지수 등락률에 따라 수익을 가져오는 상품이다. ‘증권사의 ETF’라고도 불린다.
70조원대로 불어난 ETF 시장의 위세에 밀려 빛을 보지 못하던 ETN이 10조원대 시장으로 커진 것은 ETF의 틈새를 노렸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2020년까지 코스피200 등 시장을 대표하는 지수를 ETF만 독점 사용하도록 했다. ETN은 구리, 아연, 은, 니켈 등 원자재 중심 레버리지·인버스 상품 위주로 성장을 이어왔다.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자 ETN 거래량도 크게 늘었다. ETF는 구성 종목이 10개 이상이어야 하지만 ETN은 5개로도 구성할 수 있는 등 규제가 다소 유연해 다양한 상품이 빠르게 출시됐다.
ETF와 ETN이 경쟁적으로 새로운 상품을 발굴하면서 패시브 투자 열기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패시브 투자는 기초지수를 추종하며 수익을 내는 투자 전략을 말한다. 김연추 미래에셋증권 파생부문 대표는 “주로 대표지수를 추종하는 ETF가 스테디셀러라면 ETN은 투자자 수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테마 상품”이라고 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