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대폭 오르다가 산유국들의 증산 가능성에 하루 만에 10% 이상 떨어졌다. 국제유가가 크게 떨어지면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일부 완화됐다.
9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15달러(12.1%) 폭락한 배럴당 108.7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11월 26일 이후 최대 낙폭이다.
WTI는 산유국들의 증산 기대에 10% 이상 하락하며 배럴당 11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5월물 브렌트유도 16.84달러(13.2%) 하락한 배럴당 111.14달러로 집계돼 2020년 4월 이후 최대 일일 낙폭을 기록했다.
WTI 가격은 미국과 영국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중단한다고 밝히면서 이번 주에 130달러를 돌파했다. 브렌트유 가격도 같은 날 배럴당 139달러를 돌파하며 2008년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처럼 고공행진하던 국제유가의 상승폭이 꺾인 건 증산 기대감 때문이다. 앞서 아랍에미리트(UAE)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산유량 확대를 고려할 것을 촉구했다.
OPEC 회원국과 비OPEC 산유국으로 이뤄진 OPEC+ 협의체는 유가가 100달러를 돌파한 상황에서도 하루 40만 배럴씩 증산하는 기존 방침을 유지해왔다.
이라크 역시 OPEC+ 산유국들이 요청할 경우 산유량을 늘릴 수 있다고 밝혀 증산 기대를 높였다. 로이터 통신은 이라크가 OPEC+가 요청하면 산유량을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독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전쟁을 끝내기 위해 합의를 이룰 준비가 돼 있다고 재차 밝힌 점도 유가를 끌어내리는 데 일조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UAE가 OPEC 국가들에게 산유량을 늘릴 것을 촉구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국제유가의 하락폭이 커졌다"며 "이외에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협상 기대감, 이라크 증산 가능성, 국제에너지기구(IEA) 등의 전략 비축유 방출 기대감이 국제유가를 끌어내렸다"고 분석했다.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