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윤석열 M&A 공약 보니…"소액주주 보호할 것" vs "M&A 위축 우려"

입력 2022-02-23 09:11
수정 2022-02-23 09:16

20일 남은 대통령 선거에서 주요 후보 중 누가 대통령에 당선돼도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이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 1·2위 후보들이 최근 물적분할 이슈 등을 의식해 공약에 소액주주 강화에 무게를 두면서 기업 M&A에 비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사모펀드(PEF) 운용사나 벤처캐피털(VC)들은 현재 나온 공약이 그대로 시행되면 "M&A 시장은 물론 기업 구조조정도 어려워질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21일 정치권 및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등은 모두 소액주주 보호를 내세우며 대선 공약을 일부 발표했다. 이중 이 후보는 소액주주 다수결(Majority of Minority)제, 윤 후보는 의무공개매수제를 공개 거론한 상태다.

이 후보의 소액주주 다수결제는 상장사가 M&A나 자산매각 등의 주요 의사결정이 있을 때 대주주의 지분율을 제약한 상태에서 소액주주들의 다수표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홍콩 이스라엘 등에선 시행하고 있는 제도다. 이렇게 되면 대주주가 과반 지분율을 보유하더라도 주요 의사결정에선 경영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다. 예컨대 지분 51%를 보유한 대주주가 회사 사업부를 매각하고 신사업에 진출하려는 안을 추진할 경우 49%의 소액주주들의 절반(전체 지분의 24.5%) 이상이 표결을 득해야 한다.

윤 후보의 의무공개 매수제는 대주주가 회사를 매각할 경우 소액주주들의 주식도 같은 가격으로 사줘야한다는 내용이다. 예컨대 지분 30%를 가진 최대주주가 자신의 지분을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 3000억원에 팔려면, 나머지 70%의 소액주주의 주식가격도 7000억원에 사줘야 한다. 인수 측에선 대주주 지분만 사면 되는 게 아니라 이론적으론 주식 100%를 모두 사야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긍정과 부정의 반응이 동시에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기업 매각 과정에서 지금까진 대주주만 경영권 프리미엄을 온전히 누리고 소액주주들은 경영권 변경 과정에서 아무런 자본이득을 취할 수 없거나 행동할 수 있는 게 없었다"면서 "이 후보나 윤 후보 안이 시행되면 소액주주의 권리가 그만큼 높아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반면 PEF나 VC들은 이런 제도로 M&A나 기업 구조조정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A PEF 운용사 대표는 "윤 후보 공약의 경우 지금은 30%의 경영권 지분을 인수하면 되는 회사를 100% 지분 인수로 사야 한다는 얘긴데, 이렇게 되면 3000억원이 필요한 딜에 1조원이 들게 된다"면서 "원하는 딜이 있어도 접근하기가 쉽지 않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의무공개매수제는 미국에서 현재 시행중으로, 한국이 도입해도 괜찮을 것이란 논리로 윤 후보 측은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B PEF 대표는 "미국은 PEF나 VC들이 돈이 많고 이런 시장이 발달해 있어 인수합병시 PEF나 VC가 자금을 끌어들이기 쉬운 구조"라면서 "미국의 PEF들은 기업을 100% 지분 인수한 뒤 사업부문을 바로 쪼개 팔거나 배당을 확 늘려서 투자금을 바로 회수할 수 있지만, 한국에선 이런 행위를 하기 힘들다"고 했다. 이어 "M&A가 기업을 사고파는 것 뿐 아니라 일부 사업부를 인수해 강화하는 구조조정 역할도 하는데, 이 시장이 위축되면 경제 구조조정도 약화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 후보는 M&A 거래시 공정거래위원회에 심사비 명목의 수수료를 내는 공약도 추진중으로 알려졌다. 거래금액이 6000억원 이상 등 일정 조건을 넘으면 공정위에 합병 심사비를 지불하는 안인데, 미국에서 현재 시행 중이다. 이와 관련해서 한 PEF 대표는 "공정위도 관련 인력을 투입해 새로운 작업을 하는 만큼 심사비를 내는 건 특별히 어렵진 않다"고 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