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효진의 세금 내는 아이들] 초등생에게 돈에 대해 가르쳐도 될까?

입력 2022-02-21 17:16
수정 2022-02-22 00:03
‘초등학생들에게 돈에 대해 가르치는 것은 이르다. 돈이 아니라 꿈과 인성에 관해 이야기해야 한다.’ 초등학교 교실에서 경제·금융교육 활동을 하는 반을 소개한 신문 기사에 달린 댓글 중 하나다. 아이들에게 ‘돈’이라는 것을 가르치고 있다는 것에 탐탁지 않아 하는 반응이다. 정말 아이들에게 돈에 관해 이야기해서는 안 되는 걸까? 돈이 아니라 꿈과 인성에 관해 이야기해야 하는 걸까?

먼저 학교 현장에서 경제·금융교육을 하는 교사들이 꿈과 인성 대신 아이들에게 돈에 대해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지 않음을 분명히 이야기하고 싶다. 꿈과 인성은 당연히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하는 중요한 가치다. 그런데 댓글에서는 돈에 대해 가르치면 꿈과 인성에 대한 교육은 소홀해진다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 하지만 돈과 인성, 돈과 꿈은 서로 대척점에 있는 개념이 아니다. 아이들에게 돈에 대해 가르친다고 인성에 대해 가르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반대 경우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에게 경제·금융교육이 필요하다고 하는 것은 인성교육 대신 돈에 대해 교육하자는 것이 아니라 꿈과 인성에 관한 교육이 필요한 것과 마찬가지로 돈에 대한 교육도 우리 아이들에게 꼭 필요하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그동안 학교에서는 아이들에게 돈과 관련한 교육을 많이 하지 않았다. 기껏해야 절약과 저축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다였다. 만약 돈과 인성이 서로 반대되는 개념이었다면 지금 우리 아이들의 인성은 굉장히 만족스러운 수준에 이르렀다는 평가가 나와야 할 것이다. 하지만 학교에서의 인성교육에 대한 요구는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는 바른 인성을 함양하도록 학교가 더 애써야 한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청소년들의 과시소비 문화, 돈만 좇는 사회 분위기, 돈으로 인해 일어나는 각종 범죄, 물질 만능주의, 이 모든 게 돈에 대해 제대로 가르치지 않았기 때문에 생기는 일들이 아닌지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어른이 됐을 때 꼭 필요한 지식임에도 어디에서도 배우지 못한 채 실전에 뛰어든 아이들은 얼마나 혼란스러울까?

돈에 대해 쉬쉬한다고 아무것도 모른 채 커가지 않는다. 아이들은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정보를 받아들인다. 그런데 돈에 대해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채 인터넷 등 각종 매체를 통해 접하게 되면 오히려 돈에 대한 잘못된 가치관이 만들어질 수 있다. 그렇기에 우리 아이들에게 돈에 대해 가르쳐야 한다.

돈에 대한 교육이 예전 성교육과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꺼내기 어려운 이야기라고 쉬쉬하면 아이들은 잘못된 가치관을 갖게 되거나 틀린 정보를 사실처럼 알고 지낼 수 있다. 다루기 어렵고 조심스러운 내용이라고 다루길 포기해서는 안 된다. 아이들에게 돈에 대해 가르쳐야 돈과 관련한 올바른 가치관을 가질 수 있다. 아이들에게 돈에 대해 가르쳐야 돈 이외에 많은 가치가 있음을 함께 가르칠 수 있다.

아이들에게 돈에 대해 가르친다는 것은 ‘돈이 최고다’ ‘돈이면 무엇이든 다 된다’라고 가르치자는 것이 아니다. ‘돈은 우리가 살아가며 필요한 것 중 하나이고, 그렇기 때문에 잘 알고 있어야 한다’ ‘돈이 우리 삶에서 전부는 아니다’ ‘스스로 돈을 관리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 우리 아이들에게 해야 할 돈에 대한 교육이다. 시간이 지나며 경제교육의 필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우리 아이들에게 돈에 대해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

돈은 양날의 칼이다. 잘 쓰면 유용하지만 잘못 사용하면 자신뿐 아니라 가족까지 망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초등학생 때부터 돈의 중요성과 위험성을 제대로 가르친다면 돈의 노예가 아니라 ‘돈의 주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경제·금융교육은 인성 및 꿈에 대한 교육과 함께 이뤄질 수 있다. 초등학생에게 돈에 대해 가르치는 것은 이르지 않다. 교실에서 꿈과 인성에 관해 이야기 나누는 것처럼 돈에 관해서도 이야기해야 한다. 돈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우리 아이들이 돈만 밝히는 사람으로 크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