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와 기아의 주가가 답답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에 따른 생산 차질로 인해 자동차가 없어서 못 파는 기현상 때문이었다. 문제는 주가 흐름이다. 작년 초의 고점 대비 현대차는 31.40%가, 기아는 23.05%가 각각 하락했다. 1년 동안 장사는 잘 했지만, 주식 시장에서는 박한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 차질 해소를 근거로 완성차업체들의 올해 실적이 더 성장한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1일 오후 1시48분 현재 현대차는 직전 거래일 대비 1000원(0.54%) 오른 18만4500원에, 기아는 보합인 7만8700원에 각각 거래되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러시아와 서방국가들 사이의 갈등 고조의 영향을 받아 급락 출발했다가 낙폭을 만회했다.
이달 들어 현대차 주가는 3.17%가, 기아는 4.02%가 각각 하락했다. 증권시장 전망치 평균(컨센서스)에 못 미치는 작년 4분기 실적을 지난달 말 내놓은 영향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작년 4분기 매출 31조265억원, 영업이익 1조5297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6.1%와 21.9% 증가한 성적표였다. 특히 매출은 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 기록이다.
영업이익이 컨센서스를 15%가량 밑돈 게 문제였다. 김준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차량 평균판매가격(ASP) 상승과 금융 실적 호조에도, 물류 비용 및 원자재 가격 상승 부담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기아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컨센서스에 미치지 못했다.
현대차와 기아의 실적이 증권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건 차량용 반도체 수급 차질이 예상보다 길어졌기 때문이다. 당초 작년 하분기부터는 차량용 반도체 공급 차질이 풀릴 것으로 기대됐지만, 델타 변이와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으로 차량용 반도체 부족 현상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절대적인 수치만 놓고 보면 2020년 대비 대폭 성장했고, 작년 연간으로도 현대차와 기아는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
현대차의 매출은 1년 전보다 13.1% 늘어난 117조6106억원, 영업이익은 178.9% 급증한 6조6789억원이었다. 매출은 창사 이후, 영업이익도 2014년의 7조5500억원 이후 각각 최대 수준치였다.
기아 역시 작년 연간 매출은 전년 대비 18.1%가, 영업이익은 145.1%가 각각 늘었다. 역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국내 기업들의 실적 공시에 국제회계기준(IFRS)이 도입된 2010년 이후 최대치였다.
완성차 기업들의 실적 성장은 올해도 계속될 전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집계된 현대차의 올해 연간 실적 컨센서스는 매출 130조1194억원, 영업이익 7조7988억원이다. 전년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0.64%와 16.77% 증가한다는 데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같은 기간 기아의 매출 컨센서스는 14.74% 늘어난 80조1573억원으로,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19.29% 증가한 6조431억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유지웅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자동차 회사들은 작년부터 부각된 반도체 부족에 대응을 하기 위해 통합된 전장 아키텍처 설계에 나서기 시작했고, 파운드리 업체들과의 직접 계약 확대 등 주요 과제에 대해 해결해 나가기 시작했다”며 “일부 기업들은 옵션 탑재율 축소, 중소형급 세그먼트로 믹스 하향 등 다양한 전략들을 동원하고 있어 전체 산업 가동률의 구조적 하락세는 사실상 종료됐다”고 판단했다. 실제 작년 실적을 발표하며 현대차와 기아는 공격적인 올해 실적 목표치를 제시했다.
다만 김준성 연구원은 기아가 올해 목표로 제시한 매출 83조1000억원, 영업이익 6조5000억원에 대해 “반도체 공급 정상화 지연, 지속적인 영업비용 상승 환경 속에서 이 같은 가이던스가 지켜지기 위해서는 당초부터 글로벌 경쟁 업체들과 차별화되는 반도체 조달의 조기 정상화와 ASP 상승의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대차에 대해서는 미래 모빌리티 비전에 대한 구체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2020년 말 보스턴다이나믹스 인수 이후 모빌리티 기술 진전을 위한 대규모 투자나 외부 업체와의 협력, 종합적인 청사진 제시 모두 부재하다”며 “데이터 디바이스로서의 차량 생산을 위한 가치 사슬 구축이 시급하다”고 분석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