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조 이어 노사협의회서도…"임금 15% 이상 올려달라"

입력 2022-02-09 11:26
수정 2022-02-09 11:29

삼성전자 노조가 임금협상 결렬 이후 파업 등 쟁의행위를 추진하는 가운데 노사협의회에서도 근로자 측이 회사 측에 15%가 넘는 역대 최고 수준 임금 기본인상률을 제안할 것으로 보인다. 이 요구가 관철될 경우 성과인상률까지 더해 총 임금인상률이 20%에 육박할 수도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사원 대표로 구성된 노사협의회 근로자 위원 측은 올해 임금 기본인상률 15.72%를 회사에 제안하기로 하고 이 같은 사실을 최근 임직원들에게 공지했다. 노사협의회가 제시한 임금인상률 중 역대 최고 수준이다.

노사협의회는 회사를 대표하는 사용자 위원과 직원을 대표하는 근로자 위원이 참여해 임금 등 근로조건을 협의하는 노사 자율조직. 과반수 노조가 없는 삼성전자는 투표를 통해 직원을 대표할 근로자 위원을 선출한다. 삼성전자는 매년 노사협의회에서 당해 연도 임금인상률을 정한다.

임금인상률은 노사협의회가 협의해 정하는 기본인상률과 성과에 따라 적용되는 성과인상률로 구성된다. 지난해 노사협의회는 기본인상률 4.5%, 성과인상률 3.0% 등 총 7.5%의 임금 인상에 합의한 바 있다.

성과인상률은 회사·개인의 성과에 따라 정해지므로 기본인상률처럼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 회사가 정한다. 다만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하는 등 우수한 경영 실적을 거둔 만큼 성과인상률도 전년 대비 높아질 수 있다. 이를 고려할 때 노사협의회의 기본인상률 요구대로라면 총 임금인상률이 20%에 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노사협의회는 올해 기본인상률 15.72% 외에도 고정시간외 수당 및 임금피크제 개편, 성과인상률 체계 투명화, 하계휴가 도입 등도 회사에 요구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노사협의회의 파격적 임금인상 요구는 임금협상을 둘러싼 회사와 노조 간 대립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나왔다.

지난해 임금협상에 돌입한 삼성전자 노조 공동교섭단은 연봉 1000만원 일괄 인상과 매년 영업이익 25% 성과급 지급, 성과급 지급 체계 공개 등을 요구했지만 회사는 노사협의회와 합의한 기존 임금인상률 외의 추가 인상은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에 노조는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는 쟁의권을 확보하기 위해 고용노동부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해 현재 조정 절차를 밟는 중이다.

삼성전자 내부에선 지난해 메모리 호황 등으로 인한 호실적에도 경쟁사인 SK하이닉스와 비교하면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했다는 불만이 적지 않은 상황으로 알려졌다. 노사협의회 근로자 위원들이 노조의 임금협상 요구안과 사내 불만을 고려해 파격적 임금 인상을 요구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노조와 노사협의회 근로자 대표 간의 협력 가능성도 제기된다. 삼성전자 내 최대 규모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조는 최근 기흥·화성사업장 노사협의회 근로자 대표에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협력하자고 공식 제안했다.

노조는 경쟁사 대비 삼성전자의 임금·복지가 열악하다면서 "노사협의회와 노조가 힘을 합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힘을 합칠 것을 제안한다"고 했다.

삼성전자 노사협의회는 조만간 회의를 소집해 올해 임금인상률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협상이 수월하게 진행될 경우 이달 안으로 합의안이 도출돼 다음달부터 인상된 연봉을 지급받을 예정이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