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 겹친 현대중공업 '5거래일 연속 하락'…9만원선 깨지나

입력 2021-12-17 15:36
수정 2021-12-20 08:56

현대중공업 주가가 연일 떨어지고 있다. 통상임금 소송에서 진데다가 공모주의 3개월 보호예수(일정기간 매도하지 못하도록 한 주식) 물량이 풀리기 시작하는 등 악재가 겹친 영향이다. 증권업계에서는 당분간 주가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이 많다. 다만 장기전망은 여전히 긍정적이다.

17일 현대중공업은 4.39% 떨어진 9만1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5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14.88% 떨어졌다. 외국인은 전날까지 8거래일 연속 순매도하며 주가를 끌어내렸다. 이날은 기관이 집중 매도했다.

외국인은 그동안 리스크 회피성 매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최대 6000억원의 추가 임금을 놓고 현대중공업 노·사가 9년 동안 벌인 소송전의 결과를 앞뒀었기 때문이다. 전날 대법원 3부는 2심 결과를 뒤집고 노조측 승소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이 소송으로 회사가 추가 부담해야 할 금액은 6000억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판결이 확정되는대로 재무제표에 반영돼야 하는 비용이다.


소송 패소로 재무건전성이 크게 흔들릴 정도는 아니라는 게 증권업계의 평가다. 과거 현대중공업 소속에서 흩어진 계열사별로 소송에 따른 책임이 분산된다. 3분기말 기준 현대중공업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조7803억원으로 대응 여력이 충분하다. 외국인이 17일 9거래일만에 순매수로 전환한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다른 악재도 있다. 유럽연합(EU)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에 제동을 걸 것이라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액화천연가스(LNG)선 독과점 우려 때문이다. 수급상 악재도 더해졌다. 17일부터 3개월 보호예수 물량이 시장에 풀렸다. 대부분 국내 기관 물량으로 총 403만707주. 상장 주식의 4.54%다. 3개월 확약 물량은 전체 보호 예수 물량가운데 40.7%에 달한다. 6개월 확약(12.8%)에 3배가 넘는다. 현 주가가 공모가(6만원)에 비해 여전히 50% 이상 높은 만큼 당분간 차익실현 매물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이날 기관의 매도 이유다.

장기 전망은 여전히 긍정적이다. 2023년부터 환경 규제가 강화하면서 관련 선박 수주가 급격히 늘어날 전망이다. 이동헌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는 코로나19로 밀렸던 수주가 급격히 늘었지만 내년에는 일시적 감소세를 나타낼 것"이라며 "2023년부터는 환경규제 강화와 해운 업황 개선으로 수주가 구조적 성장국면에 들어선다"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은 친환경 선박 분야에서 기술적 우위를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현대중공업에 대한 목표주가 평균은 13만2000원이다.

고윤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