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퍼 효과에도…경차 '연 10만대 회복' 만만찮네

입력 2021-11-08 13:58
수정 2021-11-08 13:59

현대차 첫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캐스퍼 출시에도 올해 경차 시장은 10만대 판매 도달이 어려울 전망이다. 반도체 부족 사태가 겹쳐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더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8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와 국내 완성차 5개사(현대차·기아·르노삼성·쌍용차·한국GM)에 따르면 올해 1~10월 국내 경차 판매는 7만5469대로 작년 같은 기간(8만485대)과 비교해 6.2% 감소했다. 국내 판매되는 경차로는 현대차 캐스퍼, 기아 레이·모닝, 한국GM 스파크, 르노삼성 트위지 등이 있다. 수입 경차도 있지만 판매량이 매우 적다.

지난해 경차 판매는 총 9만7343대로 2007년(8만2197대) 이후 처음 10만대 밑으로 떨어졌다. 올해 역시 하락세를 이어오던 경차 시장이지만 지난 9월 캐스퍼 출시와 함께 활기를 되찾았다. 연간 10만대 이상 판매도 가능할 것이란 기대가 나왔던 이유다.

실제 지난달 국내 경차 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9.2% 늘었다. 완성차 업체 5곳의 내수 판매가 21.5% 줄어든 가운데 이뤄낸 것이라 더욱 눈에 띈다. 10월 경차 판매는 전월 대비 28.4% 증가했다. 캐스퍼 신규 물량이 더해진 영향이 컸다. 차박(차량+숙박) 인기에 따른 레이 판매 호조도 상승세에 힘을 실었다.

출시 첫 달 208대 팔린 캐스퍼는 지난달 2560대로 판매량이 치솟았다. 지난달 레이는 전년 동월 대비 35.9%, 전월 대비로는 12.2% 판매가 늘었다.


그럼에도 경차 판매가 고전하는 것은 역시 반도체 부족 사태 여파가 크다. 일부 물량 출고 적체도 문제다.

캐스퍼는 지금 주문하면 4~5개월 후에나 받을 수 있다. 모닝과 레이는 주문 후 출고까지 6~7주 걸린다. 모닝의 경우 지난달 25~29일 부품 공급 지연으로 생산이 이뤄지지 않았다. 스파크를 생산하는 한국GM 창원공장은 차세대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 생산 라인 도입을 위해 지난달부터 내년 초까지 가동을 중단한다.

물론 캐스퍼 등의 경차 '대기 수요'까지 감안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캐스퍼는 공식 출시 이전 진행한 사전예약 첫날에만 예약 대수 1만9000여대를 기록해 올해 생산 목표치(1만2000대)를 훌쩍 넘겼다. 현대차 내연기관차 중 예약 역대 신기록이었다. 지난 9월 말 기준으로는 예약 대수 4만5000대를 넘겨 내년 상반기 물량까지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수치까지 반영하면 실질적으론 올해 경차 시장이 10만대를 넘겼다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경차 수요는 반도체 수급 상황이 점차 나아지면 판매량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캐스퍼를 생산하는 광주글로벌모터스(GGM)는 평일 특근을 기존 2회에서 3회로 늘려 밀린 주문량에 대응하고 있다. 올해 말 또는 내년 초 채용 인원도 300~400명 더 늘려 2교대 근무 체제로의 전환도 계획 중이다. GGM은 내년 연간 캐스퍼 7만대 생산을 목표로 잡았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