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의 등장은 스마트폰 시장을 폭발적으로 성장시켰습니다. 기존의 하드웨어 한계를 뛰어넘는 기기의 등장이 특정 산업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킨 사례입니다.
메타버스를 가장 잘 보여줬다고 평가받는 영화 '레디플레이어원'을 보면 사용자들은 가상세계인 메타버스에서 동작은 물론 감정 표현, 고통까지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까지 개발된 확장현실(XR) 관련 기기는 이 정도 수준에 못 미칩니다. 사실 VR(가상현실)이나 AR(증강현실) 정도입니다.
메타버스 시대를 앞당길 하드웨어 혁신은 일어날까요. 증권업계에서는 오는 28일(미국 현지시간) 공개되는 페이스북의 차세대 XR 기기인 오큘러스 퀘스트 프로(위 사진은 이전 모델)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 모델은 기존 기기들과는 비교가 불가능한 혁신적 제품이라고 평가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기기는 4K 디스플레이를 지원합니다. 여기에 사용자의 시선과 입술 모양, 전신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는 5개 카메라를 달고 있습니다. 전방에 2개, 시선 감지 2개, 3D로 스캔하기 위한 라이다 1개 입니다. 부피와 무게는 기존 모델보다 각각 35%, 15% 감소했습니다. 그러면서 가격은 399달러로 기존 기기보다 비싸지도 않습니다. 이 기기를 착용한 채로 거울 앞에 서면, 사용자의 움직임이 그대로 메타버스에 3D로 구현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습니다. 영화 레디플레이어원 장면에 가까워진단 뜻입니다.
이규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오큘러스 퀘스트 프로는 기존의 2차원 메타버스를 넘어 3차원 메타버스를 본격적으로 앞당길 기기"라며 "VR과 AR을 한 기기로 구현할 수 있는데다가 가격도 비싸지 않아 신규 사용자 유입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오큘러스를 갖고 있는 페이스북에 대한 기대는 높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페이스북 주가는 최근 부진한 상황입니다. 최근 1개월 간 10% 가까이 조정받았습니다. 6개월간 주가도 지지부진합니다. 지난해 높았던 성장세가 올들어 꺾이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됐습니다. 3분기 매출성장률은 35.1%로 2분기 55.6% 대비 낮아졌습니다. 글로벌 공급망 이슈 등으로 광고주들이 위축된 영향도 받았습니다.
하지만 메타버스를 향한 기대감은 여전히 큽니다. 4분기부터는 메타버스가 포함된 사업 부분인 리얼리티 랩스의 실적을 따로 빼내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성장성을 부각하기 위한 조치지요. 내년 상반기로 예정된 오큘러스 퀘스트 프로 제품을 전후로 페이스북 주가가 재평가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증권업계에서는 나오고 있습니다.
고윤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