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출범하는 GC셀(GC녹십자랩셀과 GC녹십자셀의 합병법인)이 미국에 있는 대형 세포치료제 위탁개발생산(CDMO) 시설 인수에 나선다.
계획대로 되면 ‘글로벌 톱 세포치료제 CDMO업체’로 부상한다. GC셀이 CAR-NK 기술수출을 추가로 논의하고 있는 만큼 올초 ‘2조원 수출 대박’에 이은 ‘연타석 홈런’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톱 CDMO로 도약”박대우 녹십자랩셀 대표는 29일 기자와 만나 “내년까지 녹십자셀보다 큰 규모의 미국 세포치료제 CDMO 시설을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녹십자그룹은 요즘 가장 ‘뜨는’ 분야인 세포치료제 사업의 효율성을 끌어올리고 연구개발(R&D) 시너지도 높이기 위해 녹십자랩셀(CAR-NK 및 줄기세포 개발)과 녹십자셀(CDMO 운영·CAR-T 개발)을 합치기로 했다. 박 대표는 11월 출범하는 합병법인(GC셀)을 이끈다.
세포치료제 CDMO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통한다. 글로벌 시장 규모가 2019년 5억4000만달러(약 6400억원)에서 2026년 46억8000만달러(약 5조5500억원·대신증권 추정)로 연평균 36%씩 커질 것으로 전망돼서다.
주요 CDMO 업체 규모는 클린룸(세포치료제 전용생산 시설) 기준으로 GC셀 10개, 스위스 론자 12개, 중국 우시바이오로직스 11개 등이다. 인수합병(M&A)이 성사되면 GC셀은 규모 면에서 글로벌 톱 수준이 된다. GC셀의 기술력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으로 인정받고 있다.
업계에선 세포치료제 CDMO의 진입장벽이 높은 데다 공급 부족 시장이란 점에서 GC셀의 생산 규모가 늘면 2026년 세계 시장점유율이 10%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여기에 현재 세포치료제 CDMO 영업이익률(약 30%)을 적용하면 2026년 매출 5000억원에 150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지난해 녹십자랩셀과 녹십자셀의 합산 실적(매출 1263억원, 영업이익 76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박 대표는 “CAR-NK 치료제가 나올 때까지는 CDMO가 확실한 ‘돈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추가 기술수출도 논의 중박 대표는 글로벌 기업들과 추가 기술수출도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올 1월 녹십자랩셀이 개발한 CAR-NK 관련 세포 배양 노하우 등 플랫폼 기술을 미국 MSD에 18억6600만달러(약 2조900억원)에 수출한 것과는 별개다.
박 대표는 “CAR-NK를 활용한 다른 고형암 치료제 개발 방안을 놓고 여러 글로벌 제약사와 기술수출을 협의 중”이라며 “CD-19를 타깃으로 하는 CAR-NK 기술은 몇몇 업체가 ‘통째로 넘기라’고 요구할 정도”라고 했다.
CAR-NK는 건강한 사람의 피에서 추출한 면역세포인 자연살해(NK)세포 유전자를 조작해 특정 암세포와 결합하도록 만든 뒤 환자 몸에 다시 투입하는 방식의 항암제다. 유도탄처럼 암만 공격하는 데다 부작용도 적어 ‘꿈의 항암제’로 불린다. T세포를 이용하는 CAR-T와 기전은 비슷하지만, 대량생산을 통해 가격을 낮출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GC셀은 통합법인의 주력 R&D 분야를 △CAR-NK △CAR-T △줄기세포 등 3개 축으로 잡았다. “CAR-NK를 개발하면서 얻은 노하우를 CAR-T에 접목해 현재 1개인 CAR-T 파이프라인을 이른 시일 안에 CAR-NK 수준(10여 개)으로 늘리겠다”(황유경 녹십자랩셀 연구소장)는 목표도 세웠다. 2030년까지 매년 1개 이상 신약 후보물질에 대해 글로벌 임상시험계획(IND)을 신청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박 대표는 녹십자랩셀 자회사인 아티바 테라퓨틱스의 미국 나스닥 상장에 대해 “계획대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녹십자랩셀로부터 CAR-NK 기술을 넘겨받아 MSD와 함께 개발하고 있는 이 회사는 연내 상장을 목표로 지난 4월 나스닥에 증권신고서를 냈다.
M&A도 추진한다. 박 대표는 “반려동물 헬스케어 분야와 의약품 물류 분야에서 인수할 만한 기업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오상헌/이우상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