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안 죽노" 남편 칫솔에 락스 뿌린 아내, 2심서 감형

입력 2021-09-14 15:17
수정 2021-09-14 15:18

남편 칫솔에 인체에 유해한 세제를 뿌려 상해를 가한 혐의를 받는 40대 아내가 2심에서 감형 받았다.

대구지법 제3-3형사항소부(부장판사 성경희)은 14일 특수상해미수 혐의로 기소된 아내 A(46)씨 항소심에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범행 수법, 죄질이 불량하고 수사 단계에서 범행을 부인한 적도 있다"면서도 "다만 범행이 미수에 그친 점, 뒤늦게나마 반성한 점, 재범의 우려가 낮은 점, 원만히 합의해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등을 종합했다"며 감형 이유를 밝혔다.

A씨는 2020년 2월부터 4월까지 남편이 사용하는 칫솔 등에 락스를 15차례에 걸쳐 분사해 상해를 가하려다가 미수에 그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남편 B(46)씨와 불화로 잦은 부부싸움을 했다. A씨가 이혼을 요구했으나 B씨가 이를 거부하자 그에 대한 불만으로 B씨가 사용하는 칫솔, 혀 클리너, 세안 브러쉬 등에 락스를 분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위장 쪽에 통증을 느끼기 시작한 B씨는 지난해 1월 건강검진을 통해 위염, 식도염 진단을 받았다. 자신이 사용하는 칫솔에서 락스 냄새가 나는 것을 느낀 B씨는 칫솔 등의 방향을 맞춰놓고 출근했다가 퇴근 후 위치가 바뀌어 있자 녹음기와 카메라를 아내 몰래 설치했다.

결국 녹음기에는 화장실에서 무언가를 뿌리는 소리와 함께 '안 죽노', '락스물에 진짜 쳐 담그고 싶다', '몇 달을 지켜봐야 되지' 등 혼잣말하는 A 씨의 음성이 녹음됐다.

앞서 1심 재판부는 "범행으로 인해 피해자뿐만 아니라 피고인의 자녀들도 심한 정신적 충격을 받았을 것으로 보이며 명확한 증거에도 불구하고 수사기관에서부터 기소된 이후까지 범행을 부인했다"고 판결한 바 있다.

그러나 "뒤늦게나마 범행 시인하며 잘못을 반성하고 있는 점, 범행이 미수에 그친 점, 초범인 점, 재범 우려가 있다고 보이지 않는 점 등을 종합했다"며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120시간을 명령했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