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퍼링보다 시장에 더 영향을 미치는 이슈 [이미선의 채권시장 view]

입력 2021-09-13 05:50
수정 2021-09-13 10:39
한국은행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연 0.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함께 발표된 수정경제전망에서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4%로 유지했고 물가상승률 전망은 1.8%에서 2.1%로 상향했다. 내년 물가상승률도 1.4%에서 1.5%로 높였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향후 추가 금리인상 시점에 대해 "너무 서두르지도 않겠지만 지체하지도 않겠다"고 언급했다. 지난 5월 금융통화위원회 당시 발언과 동일하다. 5월 금통위에서 위 발언을 시작으로 금리인상의 포문을 열었던 한은은 이후 물가관리설명회, 인플레이션 관련 보고서 발간 등을 통해 통화정책 정상화에 대한 명분을 쌓아갔고 3개월 뒤인 8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현재 채권시장에서는 다음 금리인상 시점으로 오는 10월 또는 11월을 예상하는 가운데 11월 전망이 좀 더 우세하다. 추후 금리인상 시점에 대해 한국은행은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적극적인 시장과의 소통을 이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따라서 다음달 12일 금통위 전까지 통화정책 정상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발언이 수차례 반복된다면 시장예상보다 이른 10월 금리인상이 단행될 가능성도 열려있다. 한은은 기준금리를 올해 1.00%까지 인상하고 내년 하반기 미 금리인상이 논의되는 시점에서 다시 금리인상을 재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Fed, 테이퍼링 신중하게 진행할 듯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은 8월 잭슨홀 미팅에서 "현재와 같은 고용시장 회복이 이어진다면 올해 중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를 시작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현 고용시장에 대한 평가, 인플레를 바라보는 시각, 향후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에 대한 발언 등 많은 부분들이 상당히 완화적이었다. 예를 들면 미 공식 실업률은 5.4%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장기 실업자 비율(Long-term unemployment rate)은 팬데믹 이전대비 높고, 600만명은 아직도 일자리에 복귀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그림1). 인플레이션에 대해서도 공급망 문제가 해결된다면 현재의 인플레이션 압력은 상당히 완화될 것으로 봤다. 이직 미국 임금상승률이 완만하고(그림2) 1990년대 이후 주요 선진국의 물가상승률이 2%를 넘어선 경우가 거의 없었던 점도 현재 인플레이션을 크게 걱정하지 않는 이유로 들었다. 결국 파월의장의 발언 내용과 인용된 데이터들을 종합하면 향후 연준은 통화정책 정상화에 나서더라도 상당히 조심스럽게 실행해 나갈 가능성이 높다. 과거 다소 이른 시점에 자산매입 축소와 금리인상에 나선 후 미 경기회복이 더뎌지고 인플레이션 기대도 훼손되었다는 점을 연준은 깊이 인식하고 있다.


테이퍼링 관건은 시장이 체감하는 ‘긴축의 강도’
미국 테이퍼링은 올해 연말 또는 내년부터 시작되겠지만 자산매입 축소가 장기간 서서히 진행된다면 금융시장이 체감하는 '긴축의 강도'는 높지 않을 것이고 경기확장국면 연장이 가능할 전망이다. 이는 장기금리의 하단을 높이는 재료다. 반대로 자산매입 축소를 서두르고 금리인상도 앞당겨질 경우 금융시장 긴축의 강도가 높아져 지난 6,7월과 같이 위험자산 투자심리는 훼손되고 장기금리는 하락할 것이다. 결국 테이퍼링 시작 여부보다 중요한 것은 금융시장이 체감하는 긴축의 강도다. 과거 테이퍼링이 진행됐더라도 체감되는 긴축의 강도가 강하지 않았을 때는 주식시장은 상승했다. 주가가 유의미하게 조정받기 시작하는 시점은 미국의 기준 금리인상, 연준의 보유자산 축소로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에서 플러스로 전환된 경우(2015년, 2018년)였다.

한편 이번에 이 단계에 이르는 시점은 빨라도 내년 테이퍼링이 종료될 것으로 예상되는 3분기 이후가 될 것이다. 현재 -3%에 이르는 실질금리가 플러스로 전환되기까지는 더 긴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테이퍼링이 곧 시작될 것이란 인식은 이미 시장이 소화한 재료다. 앞으로 주목할 것은 테이퍼링의 진행속도와 금융시장이 체감하는 긴축의 강도다. 8월 잭슨홀 미팅에서 확인된 바와 같이 완화적인 연준의 스탠스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도 이어진다면 주식시장은 우려와 달리 호조세를 나타내고 장기금리는 상승압력을 받게 될 것이다. 본격적인 금융시장 긴축과 위험자산 조정 가능성이 높아지는 시점은 내년 중반 께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