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델타 변이가 미국 전역을 감염병 위험 지역으로 바꿔놨다. 지난달 초 미국에서 코로나19 위험 지역에 사는 사람은 19%에 불과했지만 한 달 만에 그 비율이 98%까지 뛰었다. 사실상 미 전역에서 코로나19가 다시 번지고 있다는 의미다. 미국 정부가 부스터샷 도입에 속도를 내며 취약계층 보호에 나선 배경이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3219개 카운티 중 91.8%인 2957곳에서 최근 1주일간 인구 10만 명당 코로나19 확진자가 50명을 넘었다. 카운티별 인구수를 토대로 거주자를 계산하면 3억2500만 명에 이른다. 미국 인구의 98.2%라고 CNN은 보도했다. 감염 위험이 낮은 안전지대에 거주하는 사람은 미국인의 0.2%에 불과했다.
CDC는 인구 10만 명당 확진자가 50명을 넘는 지역을 코로나19 위험 지역으로 판단했다. 이 지역 주민은 백신 접종 여부에 관계없이 마스크를 쓰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런 위험 지역 거주자는 한 달 전인 지난달 5일엔 19%에 불과했다. 한 달 만에 미국에서 코로나19 안전지대가 자취를 감춘 것이다. 델타 변이가 확산을 이끌었다. 이달 7일 기준 미국 내 델타 변이 감염자는 96.8%다.
미국에서 백신을 한 번 이상 맞은 사람은 인구의 59.2%, 접종을 끝낸 사람은 50.4%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세지자 최근 들어 접종자가 늘고 있지만 여전히 제 속도를 내진 못하고 있다. 미 신규 환자는 13만1917명으로, 올해 1월 30일 이후 처음으로 다시 13만 명을 넘었다.
미 식품의약국(FDA)은 장기이식 수술을 받은 뒤 면역 억제제를 복용하거나 암 치료 등으로 면역이 떨어진 환자를 대상으로 부스터샷을 승인했다. 코로나19 백신은 몸속 면역계가 바이러스와 싸우는 힘을 키워주는 원리다. 평소 면역이 떨어진 사람은 백신 효과도 줄어든다. 미국에서 돌파감염으로 입원한 환자의 44%가 면역 저하자다. FDA가 부스터샷 접종을 승인한 이유다.
건강한 사람들의 백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계속됐다.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만 12세 이상 주민은 오는 20일부터 실내 식당, 술집, 대규모 공연장을 들어갈 때 백신 접종 증명서를 내야 한다. 주정부가 실내시설 이용자를 대상으로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면서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끝낸 사람만 실내 활동을 하도록 허용한 첫 번째 사례다. 식당 등의 종업원은 다음달 13일까지 모두 백신을 맞아야 한다.
일본 상황도 심각하다. NHK에 따르면 13일 오후 7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2만366명으로 사흘 연속 최다 기록을 갈아치웠다. 일본 확진자가 하루 2만 명을 넘어선 것은 유행이 시작된 뒤 처음이다. 이에 따라 정부 방역 정책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광역자치단체장들이 참여한 전국지사회는 “록다운(도시 봉쇄) 등 과감한 대책을 검토하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