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소리 한다며 친누나 살해 후 시신유기한 동생 징역 30년

입력 2021-08-12 15:11
수정 2021-08-12 15:12

평소 늦은 귀가와 신용카드 연체, 과소비 등을 지적하는 친누나를 살해한 뒤 인천 강화군 석모도 한 농수로에 유기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남동생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인천지법 제12형사부(김상우 부장판사)는 12일 선고공판에서 살인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27)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피해자인 친누나가 평소 행실을 질책해 화가 난다는 이유로 살해했다"며 "친누나를 살해하고 농수로에 시신을 유기한바 유가족에게 큰 고통을 남겼다"고 판시했다.

이어 "시신이 발견된 직후에도 존재하지 않는 피해자의 남자친구를 만들어 피해자가 남자친구와 가출을 했다고 경찰을 속이기도 했다"며 "이후 자백을 했지만 반성해서가 아니라 수사기관이 객관적인 증거를 제시하자 더는 부인하는 게 무의미하다고 생각해 자백했다"고 덧붙였다.

앞선 결심공판에서 검찰 측은 "A씨는 평소 생활태도 지적해오던 누나를 상대로 흉기 끝이 부러질 정도로 강하게 찔러 살해한 뒤 시신을 강화도에 유기했다"며 "범행 5일 뒤 여자친구와 여행을 가고 친누나 명의로 대출을 받는 등 최소한의 반성의 태도를 보이지 않아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A씨는 최후변론을 통해 "순간의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저를 걱정해줬던 누나를 살해했다"며 "누나의 마음을 알아보지 못하고 부모님과 주변 사람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드려 원망스럽다"고 눈물을 흘렸다.

A씨는 지난해 12월19일 오전 2시50분께 인천시 남동구 한 아파트에서 누나인 30대 B씨를 흉기로 30차례가량 찔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여행 가방에 담은 누나의 시신을 10일간 아파트 옥상 창고에 방치하다가 렌터카를 이용해 인천시 강화군 삼산면 석모도에 있는 농수로에 버렸다.

A씨는 범행 당일 누나로부터 가출과 과소비 등 행실 문제를 지적받자 말다툼을 하다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올해 2월14일 부모가 경찰에 누나의 가출 신고를 하자 조작한 카카오톡 메시지로 경찰 수사관들을 속였다.

그는 누나의 휴대전화 유심(가입자 식별 모듈·USIM)을 다른 기기에 끼운 뒤 메시지를 혼자서 주고받아 마치 누나가 살아있는 것처럼 꾸몄다. 또 같은 방식으로 부모마저 속여 올해 4월1일 경찰에 접수된 누나의 가출 신고를 취소하게 했다.

A씨는 모바일뱅킹을 이용해 B씨 명의의 은행 계좌에서 자신의 계좌로 돈을 이체한 뒤 식비 등 생활비로 쓰기도 했다. B씨의 시신은 농수로에 버려진 지 4개월 만인 올해 4월21일 발견됐고, A씨는 같은 달 29일 경찰에 체포됐다. A씨는 경찰 조사와 법정에서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우발적인 범행이었다고 주장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