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경 아들 자신 함정으로 발령 낸 함장 '극단적 선택'

입력 2021-06-28 18:02
수정 2021-06-28 18:03

의무경찰인 아들을 자신이 지휘하는 함정으로 인사발령을 냈다는 의혹을 받던 해경 함장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28일 경찰 등에 따르면 속초해경 A함장이 지난 27일 오후 4시50분께 강원 속초시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앞서 지난 26일 페이스북 페이지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육대전)'에는 자신을 현직 해경 경찰관이라고 밝힌 제보자의 제보글이 올라왔다.

그는 "모 해양경찰서 500톤급 함정에서 함장이 자기 아들을 자기 배로 인사발령을 냈다"면서 "군대로 따지만 대대장 아들이 같은 대대에서 근무하는 것이고, 해군으로 이야기 하자면 함장 아들이 같은 배에서 근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해경은 "이후 A함장을 대기 조치했고, 관련자 2명을 인사조처 했다"면서 "관련자를 대상으로 고강도 감찰 조사를 거쳐 위법 사항이 확인되면 엄중 문책은 물론 직무 고발 등 수사로 전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A함장은 "해경의 명예를 실추해 미안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페이스북 페이지 '육대전' 운영자는 A함장의 사망과 관련 괴로움 심정을 드러냈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26일 해경 의무경찰 관련 제보를 받아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해당 제보를 업로드했고, 이에 대해 감찰 조사를 진행하던 과정에서 함장님이 극단적 선택을 하셨다. 깊은 유감을 표하고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말했다.

운영자는 "공익을 위해 좋은 뜻, 좋은 마음으로 시작한 일에 이런 사태가 발생해 굉장히 괴롭고 마음이 편치 않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많은 분의 의견을 소중히 받아 업로드함에 있어서 한번 더 검토하고 생각해 더욱 신중하게 업로드하겠다"고 덧붙였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