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는 셀럽은 집사가 있다고? 무슨 일 하길래…[크리스권의 셀럽&머니]

입력 2021-06-18 09:51
수정 2021-06-18 09:53


모차르트의 아버지가 이런 말을 남겼다. "예술가를 잘 관리하는 것 또한 예술"이라고.

비즈니스 매니저라는 직업을 생소하게 느끼는 사람들에게 쉽게 설명할 수 있는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비즈니스 매니저는 특정 직업의 자금을 관리해주는 일을 한다. 필자는 그 중에 연예인 자금 관리에 특화되어 있다.

더 쉽게 설명하자면 MBC 예능프로그램 '전지적 참견 시점'에 나오는 연예인과 매니저를 예로 들 수 있다. '전지적 참견 시점'에 나오는 것처럼 연예인의 스케줄을 관리하는 매니저가 있는가 하면 방송을 섭외하는 매니저가 있다. 연예인을 홍보하는 매니저, 언론 이슈를 정리하는 매니저 등 역할에 따라 수많은 매니저가 있다. 비즈니스 매니저는 이들 중 연예인의 자금 관리를 담당하는 매니저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겠다.

비즈니스 매니저가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한 직업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때문에 필자도 10년 전 이 일을 시작할 때는 자산관리사라는 이름으로 활동했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이미 보편화된 직업 중 하나다. 아티스트가 돈을 벌면 비즈니스 매니저를 통해 자산을 관리받는 것이 당연시되어 있다. 우리나라와는 조금 다른 구조의 시장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가수 중심으로 이야기하자면 미국은 아티스트 본인이 주도해 일이 진행된다. 소속사의 영향력이 일을 좌우하는 우리나라와는 조금 다른 분위기다.

미국 아티스트들은 다양한 계약을 직접 진행하고 마케팅을 한다. 투어 기획과 자금 관리, 투자사 선정 등 전반적인 분야를 스스로 관리하는데 이때 가장 가까이서 도움을 주는 사람이 바로 비즈니스 매니저다. 비즈니스 매니저는 미국 아티스트에게 '돈'과 관련된 모든 일을 조언한다. 측근 중에 측근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해외의 뮤직 레이블은 비즈니스 매니저 역할을 해주지 않는다. 국내에도 잘 알려진 테일러 스위프트, 레이디 가가, 리한나, 머라이어 캐리, 마룬5 등의 유명 가수들이 소속되어 있는 뮤직 레이블인 유니버설뮤직 같은 경우는 해당 아티스트들의 홍보와 앨범 유통, 레코딩 및 퍼블리싱 등의 지원을 하고 있지만 비즈니스 매니저 역할을 하지는 않는다. 아티스트들에게 각각의 비즈니스매니저가 별도로 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지난 10년간 필자가 운영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비즈니스 매니지먼트 시스템은 미국의 방식과는 조금 다르다. 일반적으로 소속사에서 이미 많은 지원들을 해주고 있기 때문에 비즈니스 매니저가 필요없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몇 년 전 모교에서 여러 선배들과 함께 엔터테인먼트 포럼을 개최하였을 때 당시 발표자였던 방송인 서장훈 씨가 "비즈니스 매니저의 필요성은 인정한다. 하지만 한국에서 정착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고, 그 수요가 그리 많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는 비즈니스 매니저가 필요 없는 걸까? 단언컨대 필요하다.

필자는 소속사에서 개별지원이 어려운 아티스트의 자산관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여기서 자산관리라는 것은 투자와 같은 것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현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금전과 관련된 모든 것들을 말한다. 절세, 투자를 기본으로 필요에 따라 정산서 검토, 회계, 법률, 세금 등을 중심으로 자문을 해주고 있다.

최근에는 연예인들의 요청에 따라 발전 가능성이 높은 벤처기업에 투자를 하거나, 그와 반대로 적절한 투자자를 유치하고, 기존의 사업의 확장을 돕는 일도 한다. 아티스트들이 재정적으로 안정적인 계획을 세우고 실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까지 한다.

쉽게 말해 연예인이 본업에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제반을 모두 조율해 주고 있다. 덕분에 필자와 함께 일하는 연예인들은 오롯이 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게 되었다며 감사의 인사를 전해온다. 필자는 이때 직업의 보람을 느끼곤 한다.

비즈니스 매니저는 연예인의 집사와 다름없다. 하루도 잠잠할 날이 없는 연예계의 특성상 향후 연예인들이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비즈니스 매니저의 영역은 더욱 커질 것이라 판단한다. 한국형 비즈니스 매니저가 하루빨리 자리잡을 수 있기를 바란다.

크리스권(국내 1호 비즈니스매니저, BMC(비즈니스매니지먼트코퍼레이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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