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진 국민연금 이사장 기조연설 "ESG 선구자냐, 추종자냐가 기업 미래 좌우"

입력 2021-05-31 17:10
수정 2021-06-01 03:29
“ESG(환경·사회·지배구조)는 비용이 아니라 필수 투자가 돼야 합니다. 변화의 중심엔 기업이 있습니다.”

김용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31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대한민국 ESG클럽’ 출범식(사진)에 기조연설자로 나서 “기업들이 ESG 경영에 주도적으로 나설 때 투자자와 정부, 소비자 모두와 협력적 동반자가 될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행사는 한경미디어그룹이 기업의 ESG 경영을 돕기 위해 연세대 경영전문대학원, IBS컨설팅과 함께 설립한 커뮤니티 ‘대한민국 ESG클럽’ 발족 기념으로 열렸다.

김 이사장은 작년 말 기준 운용자산 규모가 834조원에 달하는 글로벌 연기금인 국민연금을 이끌고 있다.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투자 금액은 177조원으로 전체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7.4%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주요 상장사 300여 개의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대주주로,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막강하다.

그는 “글로벌 자본이 ESG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지금 기업들의 선택은 ESG를 할지 말지가 아니라 선구자가 될지 추종자가 될지이며, 그 선택이 미래를 좌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블랙록 등 초대형 자산운용사를 비롯해 연기금까지 글로벌 자본시장의 큰손들이 ESG를 투자의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고, 국민연금도 주도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주주가치 극대화를 최우선으로 하는 ‘주주 자본주의’에서 소비자와 직원, 지역사회를 고려하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 전환하고 있는 상황을 기업들도 인식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2019년 8월 애플, 아마존, JP모간, 제너럴모터스(GM) 등 주요 기업이 모인 미국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이 기업의 목적에서 ‘주주가치의 극대화’라는 단일 문구를 삭제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주주의 ‘장기적’ 가치를 제고하고 이해관계자 전반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이 지금의 시대정신”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관투자가의 ESG 투자에서 ‘예측 가능성’을 강조했다. 다양한 ESG 전략과 수단이 종합적·체계적으로 실현돼 투자 대상인 기업을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 이사장은 “국민연금의 주주활동을 지지하는 목소리만큼 연금사회주의라는 우려도 여전하다”며 “예측 가능한 투자 모델을 구축하고 이 과정에서 공정하고 투명한 제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강연에서 김 이사장은 국민연금의 ESG 투자 방향도 소개했다. 국민연금은 ESG 요인을 투자 의사결정 과정에 접목하는 ‘ESG 통합’과 주주활동을 통해 투자 기업의 ESG 친화적 경영을 유도하는 주주활동 등 두 전략을 축으로 ESG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