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우대정책으로 취업에서 배제되는 현실이 믿기지 않습니다.”
지난 13일 편집국으로 걸려온 전화 너머 A씨의 목소리에는 절망감이 묻어났다. A씨는 초등학생인 두 자녀를 둔 40대 가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여권이 앞다퉈 청년 민심을 겨냥한 ‘퍼주기 공약’을 쏟아내자 답답한 마음에 수화기를 들었다고 했다.
A씨는 지난해 8월 코로나19 사태로 다니던 회사가 어려워지자 정리해고됐다. 재취업을 위해 60곳 넘는 중소기업에 이력서를 냈지만 면접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그러다 얼마 전 한 중소기업으로부터 면접을 보러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그는 결국 입사엔 성공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 기업 인사 담당자의 말을 듣고 그토록 취업이 어려운 이유를 알았다고 했다.
인사 담당자는 “서류상 만족해서 면접을 보라고 했다”면서도 “월등하게 뛰어나지 않으면 40대를 뽑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이어 “청년을 채용하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급여 보조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며 “청년을 뽑지 않거나 청년이 지원하지 않는 회사에 이력서를 내라”고 진지하게 조언했다.
A씨는 그제야 왜 자신에게 면접 기회조차 오지 않았는지 의문이 풀렸다고 했다. 정부는 중소·중견기업이 만 15세 이상 34세 이하 청년을 정규직으로 채용해 6개월 이상 고용하면 1인당 월 75만원, 연간 900만원의 인건비를 지원한다.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이후 여기에 투입된 예산만 3조8615억원에 달한다. 정부는 이 돈을 고용보험기금을 헐어 충당하고 있다.
초유의 전염병 확산으로 전 세대가 경제적 직격탄을 맞은 상황에서 기계적인 청년 우대 채용정책이 비(非)청년에겐 기회마저 박탈하는 굴레가 돼버렸다는 게 A씨의 하소연이었다.
여권 내 대선 주자들의 청년 퍼주기 공약은 계속 쏟아지고 있다. 고졸 청년 세계여행비 1000만원(이재명 경기지사), 전역 군인 3000만원(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사회초년생 1억원(정세균 전 국무총리) 등 주로 현금성 정책이다. 단순 계산해도 매년 수조원에서 수십조원이 필요하다. 여당의 20대 지지율이 바닥을 친 만큼 대선이 다가올수록 청년을 향한 여권의 구애는 더 노골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청년 세대가 당면한 복합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은 중요하다. 하지만 단순히 나이를 기준으로 지원하는 방식은 또 다른 차별과 갈등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A씨 사례처럼 말이다.
A씨는 통화 말미에 이렇게 물었다. “20대 청년과 부양가족이 있는 40대 중년 가운데 누굴 세금으로 지원하는 게 더 정의롭습니까?” 정치인들이 답해야 할 질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