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7월 말 새 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된 이후 전체 전·월세 거래에서 반전세·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금리와 보유세 인상에 따른 세금 부담으로 집주인이 전세를 반전세·월세로 전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5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 상한제가 도입된 새 임대차법 시행 후 작년 8월부터 지난달까지 9개월간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는 총 12만1180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보증금 외에 매달 일정액을 내는 반전세·월세는 4만1344건으로 전체의 34.1%를 차지했다. 새 임대차법 시행 직전 9개월(2019년 8월~작년 4월) 28.4%와 비교하면 5.7%포인트 비중이 높아졌다.
새 임대차법 시행 후 9개월 연속 30%를 넘어선 것은 물론 작년 11월에는 40.8%를 기록하기도 했다. 올 들어서도 1월 35.4%, 2월 33.7%, 3월 31.3%, 지난달 36.2% 등 30%를 계속 웃돌고 있다.
지역별로 보면 고가 전세가 몰려 있는 강남권은 물론 서울 외곽도 반전세·월세 증가 현상이 두드러졌다. 서울 강남구의 반전세·월세 비중은 작년 6월 29.9%, 7월 32.3%에서 법 시행 후인 8월 34.9%, 11월 46.6%까지 올라갔다. 올 들어서도 1월 38.1%, 지난달 37.3% 등 30% 후반대를 유지하고 있다. 구로구도 지난해 6∼7월 23∼26% 수준에서 8월 30.9%, 11월 52.2%로 급증했고, 올해 1월 44.7%, 3월 36.1% 등의 비중을 보였다. 강서구는 작년 6∼7월 24∼27%에서 지난달 57.9%까지 높아졌다.
반전세·월세 임대료도 크게 올랐다. 서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전용 84㎡)는 작년 상반기 보증금 1억원에 월세 250만원 안팎에서 법 시행 후인 작년 10월 보증금 1억원에 월세 300만원, 올해 2월 1억원에 330만원(29층) 등으로 월세가 100만원 가까이 올랐다. 강서구 화곡동 우장산아이파크·e편한세상(전용 59.98㎡)도 작년 5월 보증금 1억원에 월세 100만원(2층)에서 올해 1월 1억원에 150만원(2층)으로 올랐다. 화곡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작년 임대차법 시행 후 전세를 반전세로 돌리는 집주인이 늘어났다”며 “공시가격 인상 등에 따른 보유세 부담이 커지면 이 같은 추세가 더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