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이 전재산인데"…서민 길거리 내몬 전세 사기범들 '실형'

입력 2021-05-03 10:11
수정 2021-05-03 10:19
전세 보증금을 떼먹은 사기범들이 최근 잇따라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일반적으로 전세 보증금은 서민들의 전 재산과 다름없다. 그만큼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고 서민 주거안정과도 직결된다. 법원도 이 부문에 주목해 판결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형사8단독 차주희 부장판사는 지난달 22일 사기 혐의로 기소된 A씨(53)에 대해 징역 1년 2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A씨는 2019년 4월 대전 한 공인중개사사무소에서 원·투룸을 보러 온 B씨 등 2명을 맞았다. 그는 아내 명의의 다가구 주택을 소개하며 “7억여원의 근저당권 채권 최고액과 4억2000만원의 선순위 임대차 보증금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건물 시가는 16억원가량, 감정가도 14억원 정도라 보증금 반환에는 문제없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는 B씨와 임대차 계약을 한 뒤 보증금 1억5000만원을 받았다.

그러나 당시 선순위 보증금 합계는 8억65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건물에 물린 돈만 15억원이 넘었다는 얘기다. B씨 등은 지난해 이 건물이 실제 경매에 넘어간 이후에서야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차 부장판사는 “부동산 경매가 진행됐으나, 피해자는 전혀 배당금을 받지 못했다”며 “피해자들은 이 범행으로 전 재산을 잃게 되면서 피고인의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판시했다. 차 부장판사는 “B씨에게 1억5000만원을 지급하라”는 명령도 함께 내렸다.

앞서 천안에서도 똑같은 수법으로 보증금 8000만원을 떼먹은 C씨(49)가 징역 8월형을 받았다. 검찰에 따르면 C씨는 2013년께 자신의 남편 명의 주택 임대차 계약 이후 근저당권 채권최고액이 늘어났는데도 이를 임차인에게 알리지 않았다. 그리고 2015년에 전세 연장 계약을 했다. 빚이 늘었음에도 보증금을 기존 6000만원에서 8000만원으로 올렸다.

대전지법 천안지원에서 사기죄로 징역 8월을 받은 C씨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하지만 2심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대전지법 형사항소2부(남동희 부장판사)는 지난달 22일 “임차 보증금을 악의적으로 편취한 죄질이 매우 나쁘다”며 “피해 복구 노력도 전혀 기울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최진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