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 반등 속에 기업의 경기회복 기대심리도 꿈틀대고 있다. 올 들어 수출과 생산이 호조를 띠면서 기업 체감경기를 나타내는 3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비록 BSI 수치가 83으로 기준치(100)를 밑돌아 아직은 경기를 안 좋게 보는 기업이 더 많지만, 전월보다 7포인트나 뛴 것은 고무적이다. 아울러 한국은행이 뉴스 기사를 바탕으로 처음 산출한 ‘뉴스심리지수’도 120선을 기록했다. 100을 넘으면 긍정적 기사가 부정적 기사보다 많다는 뜻이다.
BSI는 말 그대로 기업의 기대심리를 반영한다. 경기에 대한 절대평가가 아니라 상대평가이고, 종전보다 더 나빠지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BSI는 오른다. 작년 경영 여건이 코로나19로 인해 워낙 안 좋았던 터라 앞으론 나아질 것으로 여기는 게 어쩌면 당연한 것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기대심리가 실물경기 회복으로 이어지느냐 여부다.
지난해 코로나19 충격 와중에도 기업은 투자를 늘렸다. 국내 100대 기업은 48조원을 연구개발(R&D)에 쏟아부어 역대 최대다. 반도체와 미래자동차 항공우주 등 신산업 분야 투자가 많았다. 다만 삼성전자를 빼면 투자 증가율이 떨어졌다는 점에서 투자가 전방위로 탄력을 받은 상황은 아니란 해석이 가능하다.
이처럼 경기회복 기대가 생겨나고 기업이 미래 투자에 안간힘을 쓸 때 정부에 요구되는 것이 ‘마중물’ 역할이다. 기업이 운신할 폭을 넓혀주고, 과감히 투자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 우선 생각해볼 수 있는 게 투자세액공제 확대다.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반도체산업조차 한국의 투자세액공제율은 3%에 불과하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시설투자액의 최대 40%를 세액공제해 주고, 대만도 R&D 금액의 15% 한도로 세금을 깎아주는 것과 비교하면 터무니없이 낮다. 정부가 지난해 세액공제 제도를 손질하면서 직전 3년 평균 대비 투자 증가분에 대해 추가공제(3%)해 주기로 했지만, 그야말로 찔끔 생색냈을 뿐이다. 더구나 대기업은 기본 공제율이 고작 1%(신성장기술은 3%)다.
대기업 투자 공제액을 1조원만 늘려도 일자리가 연 3000개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기업의 국내 투자가 활기를 띠면 ‘생산 증가→실적 개선→고용 증대’로 이어질 수 있다. 온갖 명목으로 국민을 쥐어짜지 않아도 세금이 저절로 더 많이 걷힐 것이다. 이런 선순환을 만드는 게 정부가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