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에너지 분출하는 뮤지컬 교과서…삶의 마지막에도 꼭 하고 싶은 작품"

입력 2021-03-21 18:28
수정 2021-03-22 02:23
뮤지컬 ‘시카고’는 여배우들이 한 번쯤 꼭 오르고 싶어 하는 ‘꿈의 무대’로 꼽힌다. 배우들은 아름다운 재즈 선율에 맞춰 화려하고 관능적인 몸짓을 선보인다. ‘올 댓 재즈(All that Jazz)’ ‘록시(Roxie)’ 등 넘버(삽입곡)를 부르면서 춤을 추면 관객들은 뜨거운 환호성을 보낸다. 배우만 돋보이는 게 아니다. 작품엔 위트와 함께 통렬한 사회 풍자 메시지까지 담겨 있다. 미국 브로드웨이 역사상 가장 오래 공연되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24년 동안 9600회 넘게 공연됐다. 국내에서도 2000년 초연 이후 15시즌에 걸쳐 무대에 오르며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올해로 국내 초연 21주년을 맞은 시카고가 다음달 2일부터 서울 신도림동 디큐브아트센터에서 펼쳐진다. 이 작품은 남편을 죽이고 교도소에 간 스타 여배우 벨마, 교도소에서 벨마의 인기를 빼앗는 코러스걸 록시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벨마 역은 최정원, 윤공주가 맡았다. 록시 역은 아이비, 티파니 영, 민경아가 연기한다. 지난 18일 배우들이 연습 현장을 공개하고 간담회를 열었다.

최정원은 시카고의 모든 시즌을 함께했다. 2000년 초연 당시엔 어린 록시를 맡았고, 지금은 나이 든 벨마를 연기한다. 그는 “벨마까지 오면서 이제서야 시카고란 작품을 알 것 같다”며 “그 매력이 날 살아 움직이게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시카고를 통해 배우로 다시 태어났다”며 “죽기 전에 딱 한 작품만 할 수 있다고 한다면 시카고를 꼭 마지막으로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작품에서 배우들은 무대 전환 횟수가 적은데 의상은 자주 갈아입어야 한다. 최정원은 “뮤지컬의 교과서이자 배우로선 가장 많은 에너지를 뿜어내는 작품”이라며 “몸으로도 말하고, 노래로도 대사를 전달해야 해서 뮤지컬 배우라면 꼭 해야 하는 작품인 것 같다”고 강조했다.

9년 전 시카고를 통해 가수에서 뮤지컬 주역으로 부상한 아이비도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매 시즌이 새롭게 다가온다”며 “공연을 보면 전통 블랙 코미디를 감상하는 느낌이 들 것”이라고 했다.

이 작품으로 뮤지컬 배우에 처음 도전하는 걸그룹 ‘소녀시대’의 티파니 영은 “어릴 때부터 꿈꿔왔던 무대”라고 말했다. “걸그룹 연습생 생활보다 힘들었어요. ‘내가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현장에서 힘을 많이 받으며 준비하고 있습니다.” 공연은 오는 7월 18일까지.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