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가지 마세요"…340만원에 서울 특급호텔 '한 달 살기'

입력 2021-03-08 15:14
수정 2021-03-08 16:43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 중 하나는 기존에 당연시됐던 비즈니스 공식이 무용지물이 됐다는 것이다. 이런 ‘블랙스완’급 충격의 긍정적인 측면 중 하나는 시장의 변화에 가속력을 붙였다는 것이다. 코로나19가 산업의 변화 속도를 약 5배 높였다고 말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삼성 현대차 SK LG 등 4대 그룹이 마치 스타트업처럼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호텔업은 엄청난 변화 속도를 경험하고 있는 대표적인 산업 중 하나다. 해외 여행의 중단이라는 한번도 예상하지 못했던 충격을 극복하기 위해 특급호텔들도 빠르게 변신을 시도 중이다. 서울 시내 한복판에 있는 롯데호텔 서울이 장기 생활 상품인 ‘원스 인 어 라이프(Once in a Life)’를 15일부터 판매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호텔에서 휴가를 즐기는 ‘호케이션’을 넘어 일과 휴양을 겸비한 ‘워케이션’으로 호텔업이 변화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롯데호텔이 이번에 출시한 상품은 15일부터 오는 7월15일까지 이용 가능하다. 14박 상품은 250만원,(추가 1박당 18만원), 30박 상품은 340만원(추가 1박당 13만원)에 이용할 수 있다. 뷔페 레스토랑인 라세느에서의 조식을 14박 30만8000원, 30박 66만원에 추가할 수 있는 점도 주요 혜택 중 하나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업계 최초로 도입한 ‘드라이브 스루’ 체크 인 서비스가 이제 호텔의 기본적인 서비스로 자리잡은 것처럼 고객의 새로운 일상을 위한 다양한 상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며 “변화하는 라이프 스타일과 정부기관 및 외국계 기업의 장기 투숙 상품 수요 증가에 착안해 세탁 서비스와 같은 실속형 혜택을 포함한 상품을 출시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패키지 이용객은 매일 제공되는 객실 청소와 셔츠 및 속옷, 양말 세탁 서비스와 더불어 무료 주차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피트니스 및 수영장과 전자레인지 등이 마련된 전용 라운지 이용 혜택도 제공된다.

‘한 달 살기’ 상품은 신라스테이가 작년 하반기에 먼저 시작했다. 패키지 이용객에게는 한 달 살기에 꼭 필요한 혜택들로 엄선된 ‘한 달 살기 쿠폰북’이 제공되는 상품이다. 쿠폰북엔 조·중·석식 뷔페 1일 1회 50% 할인권 5매, 프린트 1일 1회 무료 이용권 5매 등 꼭 필요한 혜택을 담았다.

‘신라스테이 한 달 살기’ 패키지는 객실 최소 14박~최대 30박(투숙 일수 선택), 한 달 살기 쿠폰북 1권, HDMI 케이블 대여, 하하포포네숲 취미 키트 1개로 구성돼 있다. 신라스테이 전국 12개 호텔(광화문, 마포, 서대문, 역삼, 서초, 구로, 삼성, 동탄, 천안, 울산, 해운대, 제주)에서 올 4월30일까지 이용할 수 있다.

압구정에 있는 안다즈호텔은 ‘호케이션’을 극대화함으로써 위기를 호기로 바꾸고 있다. 안다즈 서울 강남이 지난해부터 선보인 ‘4인 룸콕 호캉스’ 패키지는 주말엔 자리가 없을 정도로 인기다.

남성들을 위한 ‘가이즈 나이트 아웃’ 패키지는 지난해 11월 출시한 상품으로 안다즈 스위트룸 또는 발코니 스위르룸 1박에 그레이구스 보드카 1병과 맥주, 숙취해소제와 프렌치후라이 등으로 구성된 주류바스켓과 해물라면과 강남버거, 계란후라이, 바닐라 쉐이크, 아이스아메리카노 등으로 구성돼 있다. '속풀이' 룸서비스 조식세트 등이 패키지 혜택으로 제공된다.

여성들을 위한 ‘레이디스 나이트 아웃’패키지는 지난해 4월 첫 선을 보였다. 레이디스 나이트 아웃 패키지에는 안다즈 스위트룸 1박, 객실 내 셋팅되는 스파클링 와인 1병 및 스페셜 케이크, 조각보 칵테일바에서의 웰컴 시그니처 칵테일(오후 3~6시, 최대 4인까지), 3만원 상당의 식음 크레딧, 조각보 조식 2인 및 추가 조식 이용 인원 50% 할인 등이 제공된다.

두 패키지 모두 기본 4인 기준 투숙 패키지로, 40만원 후반대부터 투숙가능하다. 안다즈호텔 관계자는 "해당 패키지는 출시 이후, 매주 해당 스위트룸 주말 점유율 80% 이상을 차지할 만큼 꾸준한 판매량을 유지하고 있다"며 "인파가 몰리는 곳보다는 방역이 철저하고 안전한 공간에서 최소한의 인원끼리만 즐기는 프라이빗한 모임에 대한 선호도 증가와 4인이 나눠서 결재했을 시 10~15만원 대에 호캉스를 즐길 수 있어 가성비가 뛰어나다는 인식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