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사진)이 23일(현지시간) “미국의 경기 회복까지 거리가 멀다”며 종전의 통화완화 정책을 지속하겠다고 강조했다. 장 초반 연 1.39%까지 올랐던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파월 발언이 나온 뒤 진정되며 전날과 같은 연 1.37%로 마감했다.
이날 파월 의장은 상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고용과 물가 상황을 보면서 현재의 제로(0) 금리 수준을 유지할 것”이란 기존 방침을 재확인했다. Fed 의장은 반기마다 상·하원 청문회에 출석해 경기 상황 및 통화정책에 대해 증언한다.
파월 의장은 “경기 회복이 고르지 않고, 완전한 것에서 먼 상태로 남아 있다”며 “앞으로의 경로도 매우 불확실하다”고 평가했다. 가계의 상품 소비와 주택 매매, 기업 투자, 제조업 생산 등 측면에선 일부 긍정적인 지표가 있지만 서비스 지출과 노동시장 개선 속도에 대해선 우려를 표시했다.
또 “작년 말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경기 둔화가 심화했고 원래 취약했던 업종에 타격이 집중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수백만 명의 미국인이 여전히 실업 상태에 놓여 있다”며 “실질적인 추가 진전을 이루기까지 시간이 더 많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작년 11월부터 올 1월까지 월평균 일자리가 2만9000개밖에 늘지 않았을 정도로 개선 속도가 더디다는 것이다.
노동 시장이 완전고용 수준(실업률 3.5~4.0%)에 도달하고 물가상승률이 목표치(2.0%)를 약간 웃돌 때까지 초저금리를 유지할 것임을 강력 시사했다. 파월 의장은 “최대 고용과 함께 인플레이션이 2%를 완만하게 초과하는 궤도에 오를 때까지 현행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했다.
그는 또 “목표에 근접하기 위해 국채와 여러 기관의 담보채권 매입을 현재 속도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Fed는 작년 6월부터 매달 국채 800억달러, 주택저당증권(MBS) 400억달러 규모를 매입해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해왔다. 단계적인 채권 매입 축소를 뜻하는 ‘테이퍼링’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란 의미다.
코로나 확산과 관련해선 “환자 수가 감소하고 백신 접종도 늘고 있어 올해 말엔 좀 더 정상적인 상황으로 돌아가는 데 대한 희망이 생긴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행동이 가계와 기업, 지역사회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이해한다”며 “경제 회복이 견고해지도록 모든 수단을 쓰겠다”고 약속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