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타격을 입은 세계 경제는 앞으로 약 2년간 불평등한 회복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전폭적인 지원 정책을 펴고 있지만 경제 위기는 심각한 상황이다. 선진국뿐만 아니라 저소득 국가도 마찬가지다.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이 넘쳐나고 세계 부채는 기록적 수준에 도달했다.
지난해 세계 경제 성장은 예상보다는 선전했지만, 경제 침체는 여전히 심각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상반기까지는 미국과 일본의 경제 상황이 코로나19 사태 전 수준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전망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과 영국은 내년에도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다.
중국 경제는 지난해 주요국 가운데 유일하게 성장했다. 올해 말에는 2019년 말보다 10% 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다른 개발도상국과 신흥시장은 코로나19 사태 전으로 돌아가려면 몇 년이 걸릴 수 있다. 세계은행(WB)은 올해 말까지 1억5000만 명이 추가로 극심한 빈곤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경제 회복은 코로나19 백신의 보급에 달려 있다. 선진국과 일부 신흥국은 올해 중반까지 상당한 분량의 백신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빈곤 국가들은 내년 이후까지 기다려야 할 가능성이 크다.
각국의 경기부양책 규모도 부유한 국가와 빈곤한 국가의 차이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다. 선진국들은 코로나19 사태 기간에 국내총생산(GDP)의 평균 13%를 추가적인 정부 지출과 감세에 썼다. 반면 신흥국들은 이 규모가 GDP의 4%에 불과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전까지만 해도 신흥국의 대차대조표는 선진국보다 상대적으로 튼튼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자 신흥국은 부채가 급증하면서 벼랑 끝에 몰렸다. 신흥국은 위기에 더 취약하다는 얘기다. 제로 금리를 유지하고 있는 선진국을 제외하고는 많은 국가가 위기에 빠질 것이다.
현재 가장 우려되는 것은 2013년 발생했던 ‘긴축 발작(taper tantrum)’ 재연이다. 벤 버냉키 당시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갑작스레 자산 매입 축소를 시사하자 신흥국들은 무차별적인 자금 이탈을 겪었다. 이번에 긴축 발작이 발생하면 고통받는 국가는 신흥국만이 아닐 것이다. 이에 Fed는 장기간 금리를 올릴 계획이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실업률이 극도로 낮아질 때까지는 유동성 공급에 속도를 내겠다고 한다.
일리가 있는 정책 기조다. 부채비율 수준이 높고 생산이 극도로 저조할 때는 Fed가 물가상승률 목표를 일시적으로 2% 이상 올리는 것이 위기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 현재 미국의 근로자 수는 1년 전보다 900만 명 급감한 상황이다.
그러나 만약 미국이 올해 여름까지 집단 면역을 형성한다는 목표를 달성하고,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억제력을 유지하면 Fed가 금리를 인상할 것이란 전망은 더욱 뚜렷해질 것이다.
초저금리 정책은 세계 경제가 장기적인 침체에 빠지는 것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 하지만 빅테크(대형 IT기업)를 비롯한 대기업들은 도움이 필요하지 않다. 초저금리는 이들 기업의 주가를 천정부지로 치솟게 했다. 이는 최근 ‘게임스톱 사태’가 발생한 것처럼 ‘대중적 분노’를 부추기고 있다.
물가상승률은 당분간 낮겠지만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 Fed는 예상보다 빠르게 금리를 올릴 수 있다. 금리 인상의 파급 효과는 자산시장의 강자와 약자를 극명히 가를 것이다. 신흥시장은 막대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미국에서도 적지 않은 기업이 파산하고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이다. 결국 회복의 물결이 일겠지만 모든 보트가 바다 위로 떠오르지는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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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