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이익공유제 강행 방침에 배달의민족 운영업체인 우아한형제들이 결국 백기를 들었다. 그동안 자영업자들이 요구해온 고객 정보와 점포 노출 기준 등 기업의 영업 기밀에 해당할 수 있는 정보도 공개하기로 했다. 정치권이 기업 경영에 과도하게 개입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본지 2월 6일자 A8면 참조
민주당은 15일 국회에서 우아한형제들과 전국가맹점주협의회(전가협) 간 ‘상생협약식’을 열었다. 우아한형제들과 전가협이 최소 6개월에 한 번씩 ‘배달의민족 상생협의회’를 열고, 실무협의는 매월 한 차례 이상 진행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그동안 자영업자들이 요구했던 고객 정보 공유와 점포 노출 기준 공개 등의 요구를 우아한형제들이 수용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월정액 광고의 경우 고객에게 가까운 순으로 배열하라는 요구도 받아들여졌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이날 협약식에서 “상생협의회는 소상공인의 고통을 덜어드리고 서로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실질적 상생모델이자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익공유의 자발적 실천”이라며 “기업과 가맹점이 서로를 파트너로 인정하고 함께 상생의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현상이 확산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민주당의 을지로위원장을 맡고 있는 진성준 의원도 “협약식을 계기로 이익공유제가 입법화되고 정착하는 데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동안 배달플랫폼 기업들은 ‘코로나19 이익공유제’ 대상 가운데 1순위로 꼽혀왔다. 지난해 배달앱 결제금액은 12조2008억원으로, 전년(6조9257억원) 대비 75% 급증했다. 이런 플랫폼 기업에 대해 민주당은 “코로나19로 수혜를 본 플랫폼 기업들은 사회적 약자를 위해 이익을 공유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그러면서도 민주당은 민간 기업들의 자발적 참여를 통해 이익공유제를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날 협약식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자율적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선 그동안 고객 정보나 점포 배열 알고리즘 등 사실상 기업 기밀에 해당하는 정보들을 공개한 배경에 거대 여당의 압박이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인수합병(M&A)업계에선 최근 우아한형제들을 인수한 독일의 딜리버리히어로가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승인을 원활하게 받을 목적으로 거대 여당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플랫폼업계에선 이번 협약식을 계기로 여당이 주도하는 이익공유제가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자영업자들의 요구안을 대거 반영하는 과정에서 서비스업체와 소비자가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소비자의 상품과 서비스 선택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의미다. 자영업자들이 요구할 경우 악성 리뷰를 최대 30일간 가린다거나, 가맹점의 배달구역을 제한하는 등의 협약 내용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혔다. 한 플랫폼 사업자는 “플랫폼 시장은 플랫폼을 운영하는 사업자, 플랫폼에 제품을 판매하는 공급자, 이 제품을 이용하는 소비자로 구성된다”며 “어느 한쪽의 편을 일방적으로 들어주면 나머지 구성원이 피해를 보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