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층 특공 확대에 추첨제까지…5060 "청약 역차별" 부글부글

입력 2021-02-05 17:20
수정 2021-02-06 09:44

정부가 ‘2·4 부동산 대책’에서 청약 기준을 일부 변경하면서 50대 이상 무주택 청약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7·10 대책’을 통해 청년층을 위한 특별공급 비중을 크게 늘린 데다 이번에 전용 85㎡ 이하 물량에 추첨제까지 도입했기 때문이다.

지난 4일 발표된 공급 대책에 따르면 정부는 ‘도심 직접시행 정비사업’ 등에서 나오는 공공분양 일반공급의 경우 현재 100% 순차제로 적용되는 전용 85㎡ 이하 물량 중 30%에 추첨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3년 이상 무주택가구 구성원만 추첨제에 참여할 수 있다.

순차제는 3년 이상 무주택자 중에서 저축 총액이 많은 신청자를 뽑는 방식이다. 상대적으로 청약저축 납입액(매월 10만원까지 인정)이 많은 50대 이상이 유리하다. 실제로 지난해 2월 공공분양된 ‘과천 제이드자이’의 일반공급 최고 납입금액은 2646만원으로 집계됐다. 매월 최소 10만원씩 22년간 저축한 당첨자라는 뜻이다. 이번 대책을 통해 추첨제 물량이 신설되면서 납입 기간이 길지 않은 30대 등 청년층만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7·10 대책’에서도 ‘30대 무주택자’에게 초점을 맞춰 청약제도를 개편해 50대 이상 청약자의 반발이 제기됐다. 당시 민영주택에 생애 최초 특별공급(공공택지 15%, 민간택지 7%)을 시행하기로 했다. 민영주택은 특별공급 비중이 50~58%까지 늘고, 일반공급이 42~50%까지 줄어들었다.

민영주택 일반분양은 공공분양과 달리 가점제를 적용한다. 무주택 기간(35점), 부양가족 수(32점), 청약통장 가입 기간(17점) 등 기준에 따라 높은 가점을 받은 신청자가 당첨되는 구조다. 반면 생애 최초 특별공급은 소득 요건만 맞으면 추첨으로 입주자를 선정한다. 가점이 낮지만 상대적으로 소득이 많지 않은 30대 등 청년층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지난달에는 ‘청약 제도를 개선해주세요. 무주택으로 살아온 50대 중년 가장이 눈물로 호소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작성자는 “특별공급은 또 다른 차별”이라며 “수십 년간 평범하게 산 중장년층 가정에도 집이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추첨제 등은 ‘패닉바잉(공황매수)’ 등 과열된 청약시장에 지친 30대 청약자를 위한다는 취지지만 세대 간의 갈등을 키울 수 있다”며 “결국 공급이라는 파이 자체를 늘려야 근본적인 해결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