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 원전 1호기 조기폐쇄가 결정되기 전, 산업통상자원부가 원전 가동중단과 관련해 청와대와 긴밀히 논의한 정황이 산업부 공무원들의 공소장에 담겼다. 국내에선 탈원전을 추진한 정부가 북한에 원전 건설을 추진한 정황도 포함돼 논란이 일고 있다.
29일 월성 원전 폐쇄와 관련해 감사원의 감사 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산업부 공무원들의 공소장에 따르면, 이들이 삭제한 530개 파일 중엔 ‘180523_에너지전환 보완대책 추진현황 및 향후 추진 일정(BH송부).BAK’이란 제목의 문건이 있었다. 2018년 5월 23일에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문건에는 한국수력원자력 이사회(2018년 6월15일 개최)가 월성 원전 조기 폐쇄를 의결할 예정이란 내용이 담겼다. 같은 해 6월 10일과 11일에도 산업부가 청와대와 또다른 관련 문건을 주고 받았다.
‘4234.BAK’란 제목의 자료에는 산업부가 한수원 사장에게 요청할 내용이 담겨 있다. 공소장에 따르면 해당 문건엔 “월성1호기를 계속 가동하는 것은 경제성이 없다는 결론이 나올 필요가 있고 BH 기보고 사항이므로 조기폐쇄 결정 이후 즉시 가동중단 필요하며, 6·13 지방선거 직후 이사회 의결이 필요하다”는 내용 등이 있었다.
2018년 남북 정상회담 전후로 산업부가 북한에 원전 건설을 추진한 정황도 담겼다. 가령 ‘60 Pohjois(핀란드어로 ‘북쪽’이란 뜻)’란 폴더에는 ‘180515_북한지역 원전건설 추진방안 _v1.2.hwp’, ‘2018.05.02_KEDO 관련 업무경험자 명단.xlsx’ 등 파일이 있었다.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1월 “남북정상회담 어느 순간에도 원전의 ‘원’자는 없었다”고 말한 것과 배치돼 논란이 일고 있다.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25일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을 소환조사한 대전지방검찰청 형사5부(부장검사 이상현)는 백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채희봉 한국가스공사 사장(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에 대한 소환조사도 곧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