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부진한 바이오株, 'BBIG' 위상 지킬까 [여기는 논설실]

입력 2021-01-25 09:30
수정 2021-01-25 09:36

지난달부터 ‘한국경제’ 유튜브 채널을 통해 증시 전문가들과 함께 투자자들의 궁금증을 풀어드리는 코너를 진행 중입니다. 그러다보니 주변에서 증시에 대해 이런저런 질문들을 받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받는 질문 중 하나가 바이오주의 연 초 움직임과 향후 전망에 대한 것입니다. 작년 코로나 반등장을 주도했던 BBIG(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 업종 중 하나인 바이오가 작년 말, 올해 초 랠리에서 유독 소외되고 있지요.

바이오주 전반의 움직임을 파악해볼 수 있는 지수인 코스닥 제약업종지수는 올 들어 지난 22일까지 9.0% 하락했습니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9.2%, 코스닥이 1.1% 각각 상승한 것과 대조적인 흐름입니다.

바이오는 특히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은 업종 중 하나입니다. 그러다보니 손실을 봤거나, 투자 ‘성적’이 지지부진한 ‘개미’들의 걱정이 많습니다. 수급?정책?코로나 치료제發 조정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국내에서 단 두 개밖에 없는 바이오펀드(DB바이오헬스케어펀드)의 매니저이자 2009년 설정 이후 줄곧 이 펀드 운용을 책임지고 있는 한용남 DB자산운용 주식운용팀장을 만났습니다. 한 팀장은 국내 금융투자 업계에서 바이오주 투자경력이 가장 오래되기도 했거니와 설정 이후 연평균 수익률이 20% 안팎에 달하는 훌륭한 성과를 올리고 있습니다.

한 팀장이 꼽은 원인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수급입니다. 올해 들어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반도체 약진, 현대자동차그룹와 애플의 협업설, LG전자의 휴대폰 사업 정리 등으로 돈의 흐름이 코스피 시총 상위주에 집중되는 상황입니다.

이로 인해 코스닥에 주로 포진한 바이오주에서 자금이 빠져나오고 있지요. 더구나 바이오주는 지난 해 높은 수익률을 올린 관계로 특히 기관 입장에서는 먼저 ‘익절’하고 빠져나오기 좋은 종목들이 많습니다.

두 번째는 공매도 연장과 관련된 논란입니다. 바이오는 역사적으로 공매도 투자자들의 ‘타깃’이 가장 많이 됐던 업종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코로나발(發) 증시조정 여파로 금지됐던 공매도 재개 논의가 본격화되자 투자심리가 냉각된 게 현실입니다. 마지막으로 업종 대표주 중 하나인 셀트리온의 코로나 치료제에 대한 임상 결과가 일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입니다. ‘바이오=미래 먹거리’ 인식 깨지지 않아 악재가 겹치면서 연 초 의외로 조정 폭이 컸지만, 바이오가 계속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지는 않을 것이란 게 한 팀장의 생각입니다. 단기에 워낙 급하게 떨어져 가격매력이 부각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기 때문입니다.

글로벌 증시의 화두(話頭)는 여전히 ‘혁신’에 맞춰져 있는 상황에서 반도체?배터리 이후에 한국 경제를 이끌어갈 미래 성장 업종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보면 바이오?헬스케어 산업 분야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런 만큼 현재 증시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는 업종들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이 부담스러운 수준에 이르면 언제든 투자수요가 돌아올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일확천금을 노리고 실체가 모호한 종목에 투자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상당수 바이오주 전문가들은 바이오주 가운데에도 실제로 성과를 증명해내는 종목으로 타깃을 좁히라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마치 과거 자금난에 허덕일 정도로 어려움울 겪다가 공언했던 판매목표를 하나, 둘 달성해내며 투자자들의 신뢰를 쌓아간 미국 테슬라 같은 종목들 말이지요. 바이오주에 관심이 있는 투자자들이라면, 지금의 부진한 시장상황을 그런 ‘진주’를 발굴해내는 기회로 삼아도 좋을 것입니다.

송종현 논설위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