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우리사주 '대박의 추억'…이번에도 잭팟 터트리나

입력 2021-01-21 14:04
수정 2021-01-21 16:59

대한항공 직원 A씨는 요새 주식시장에서 대한항공 주가만 보면 허탈감을 감추지 못한다. 회사 주가가 올라도 너무 올랐기 때문이다. A씨처럼 대한항공 주가만 보면 남몰래 ‘배 아파하는’ 직원들이 회사 내부에서도 상당수라고 했다. 무슨 얘기일까.

A씨는 지난해 7월 실시된 대한항공 유상증자에서 우리사주조합 청약을 포기했다. 대한항공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겪던 때였다. 당시 신주 발행가는 1만4200원. 이 주식은 현재 3만2050원(20일 종가 기준)이다. 반 년 만에 두 배 이상 올랐다. 받은 주식수에 따라 다르지만, 차·부장급은 2000만~5000만원 가량 평가이익을 내고 있다고 한다. 대박을 기회를 놓친 A씨는 오는 3월 예정된 유상증자엔 반드시 참여할 예정이다.

2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오는 3월 예정된 대한항공의 유상증자를 앞두고 직원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회사 내부에선 이번 우리사주조합 청약이 ‘흥행 대박’을 터트릴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온다.

대한항공은 오는 3월 아시아나항공 인수 자금을 목적으로 2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할 예정이다. 이 중 우리사주조합에 배정한 주식수는 증자 예정인 전체 1억7361만주 중 20%인 3472만주다. 금액으로는 5000억원이 대한항공 직원들에게 배정됐다.

대한항공이 지난해 11월16일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공개한 신주 예정 발행가는 1만4400원. 내달 26일 확정되는 신주 발행가는 2만원 선을 다소 웃돌 전망이다. 최근 오른 주가가 발행가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신주 발행가는 일정 기간의 주가를 가중 산술평균한 값에 할인율을 적용한다. 그럼에도 현재 3만원대 초반대를 형성 중인 주가에 비하면 주당 최소 1만원 가량의 평가이익을 거둘 수 있다.

통상 기업이 대규모 유상증자를 발표하면 주가는 단기적으로 하락한다. 유상증자로 주주가치 희석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발표 직전 2만원대 초반대였던 대한항공 주가는 3만원대 초반까지 되레 상승했다. 지난 14일엔 종가 기준으로 2019년 6월 이후 처음으로 3만2000원대를 회복했다.



대한항공이 지난해 7월 1조원 유상증자를 실시했을 때의 신주 발행가는 1만4200원. 당시 참여한 직원들은 두 배 이상의 평가이익을 냈다. 다만 우리사주는 상장 후 1년간 보호예수 기간이 있어 매매가 불가능하다. 퇴사하면 한 달 후 입고되는 주식을 처분해 차익을 실현할 수 있다.

증권업계는 올 들어 항공화물운임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데다 코로나19 백신이 본격 수송되면 대한항공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더욱이 코로나19가 종식되면 여행수요 증가로 대한항공 실적이 크게 개선돼 주가도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유상증자를 앞두고 대한항공 직원들의 기대감이 커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이번 우리사주조합 청약은 ‘잭팟’을 터뜨릴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온다. 회사 측도 우리사주조합 청약에 직원들이 많이 참여하길 원한다. 대한항공 지분 6.39%를 보유한 우리사주조합은 주주총회에서 적잖은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31.13%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한진칼(특수관계인 포함)과 8.11%를 보유한 국민연금에 이은 3대 주주다. 우리사주조합은 그동안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백기사 역할을 톡톡히 했다.

다만 일부 직원들은 2015년의 ‘유상증자 트라우마’를 떠올려 청약 여부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은 2015년 4월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우리사주조합은 20%의 주식(1000억원)을 배정받았다.

당시 신주 발행가는 3만5200원. 당시 5만원대 초반대를 형성했던 대한항공 주가는 각종 악재가 겹치면서 2만원대까지 추락했다. 신주를 인수한 직원들은 큰 폭의 평가손실을 봤다는 뜻이다. 한 직원은 “당시 배정받은 주식을 아직까지도 수익 실현을 못한 채 물려 있다”며 “이번 유상증자는 회사를 둘러싼 시장 상황이 좋아 다를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