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신용대출 목표치 지켜라"…은행들에 '개인 빚투' 경계령

입력 2021-01-11 17:20
수정 2021-01-20 18:30
국내 증시 급등으로 ‘빚투(빚내서 투자)’ 우려가 커지면서 금융감독원이 은행들을 불러모아 신용대출 등 가계대출 상황을 긴급 점검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이날 주요 은행의 여신담당 부행장들과 화상회의를 열고 “1월의 가계대출 계획을 범위 내에서 집행·관리해달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마련된 은행권 전체의 신용대출 증가 목표치(2조원)와 개별 은행의 목표치를 준수해달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한 은행 관계자는 “바젤Ⅲ를 조기 도입한 은행들은 가계대출과 기업대출 공급 비율을 매달 지켜달라는 주문도 있었다”고 전했다.

신한 국민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시중은행에 따르면 이들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작년 12월 말 133조6482억원에서 이달 7일 134조1015억원으로 4533억원 증가했다. 통상 매년 1월 신용대출 잔액은 전달에 비해 크게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지만 올초 ‘증시 랠리’ 여파로 개인 신용대출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금융계는 보고 있다.

금감원은 예년 1월과는 달리 이달 전체 공모가액이 6000억원에 달하는 기업공개(IPO)가 줄줄이 예고됐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지난해 카카오게임즈와 SK바이오팜 등의 공모주 청약에 공모가액의 30배가량 되는 청약증거금이 몰렸고 그때마다 은행 신용대출이 폭발적으로 불어났다”며 “한번 증시로 들어간 자금이 다시 은행으로 돌아오지 않는 경향도 강해져 대출 잔액 관리에서 이 부분을 가장 크게 신경쓰고 있다”고 했다.

금감원은 은행들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서 ‘고(高)DSR’로 분류된 대출을 철저히 관리해달라고 당부했다. 금감원은 아직 가계대출이 위험수위에 이르렀다고 보진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위원회와 함께 부동산과 빚투를 포괄하는 새로운 가계대출 방안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역시 가계대출을 억제하는 기조엔 변화가 없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일각에선 금융당국이 은행에 코로나19 신규 대출과 원리금 상환 유예 조치를 요구하면서도 신용대출을 억제하라는 게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져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신용대출 수요도 꾸준하다”며 “신용대출을 무리하게 죄면 서민들이 타격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