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벼랑끝인데…與 "5인 미만 업체도 근로기준법 적용"

입력 2021-01-01 17:20
수정 2021-01-02 00:56
더불어민주당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이어 근로기준법을 5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소상공인의 생계가 우려된다”면서도 명시적으로 반대하지는 못하고 있다. 노동자 보호를 명분으로 내건 국회가 또 다른 사회적 약자인 영세 소상공인의 고통은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이후 근로기준법 개정안 세 건이 새롭게 발의됐다.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는 민주당 의원안 두 건(이수진·윤준병 의원)과 5인 미만 사업장 적용 시 정부가 비용을 지원해야 한다는 국민의힘 의원안(최승재 의원)이다.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현재 근로기준법에서 제외돼 있는 영세 자영업자도 초과근로수당, 연차유급휴가 등 비용이 수반되는 규제를 적용받게 된다. 정의당은 지난해 9월 관련 법안을 이미 발의했다.

소상공인들은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에서 해당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많은 영세업체가 직원 임금을 감당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임용 소상공인연합회장 직무대행은 “영업 제한으로 극한의 위기에 처한 소상공인 입장에서 이런 정치권의 움직임은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것”이라며 “일자리 창출에 치명적인 위협”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초과근로수당 등이 적용될 경우 연장 근로가 많은 PC방, 편의점, 미용실 등 소상공인의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법안은 여당이 중대재해법을 처리한 뒤 열릴 2월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관측된다. 국민의힘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간사인 임이자 의원은 지난달 30일 열린 당 소상공인 간담회에서 “민주당이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을 밀어붙일 태세”라며 “소상공인 단체들이 먹고사는 문제로 바빠 조직적으로 움직이지 못하다 보니 문재인 정권이 무지막지하게 (관련 정책을) 밀어붙이는 것 같다”고 했다. 국민의힘 소상공인위원장인 최승재 의원은 “법안이 통과되면 5인 미만 사업장 약 120만 곳 대다수가 범법자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의원들도 5인 미만 사업장 적용 자체에 명시적으로 반대하지는 않고 있다. 국민의힘 환노위원들은 지난달 입장문을 내고 “헌법적 가치관에 부합하는 노동법 질서를 형성한다는 차원에서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기준법 적용을 찬성한다”고 했다. 다만 “소상공인도 약자이므로 이들에 대한 보호 조치가 필요하다”는 단서를 붙였다.

노동자 보호를 외치고 있는 여야가 또 다른 약자인 영세 소상공인의 생계 문제엔 소홀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여야가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논의 중인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에도 ‘공중이용시설’이 포함돼 있다(민주당 의원안 기준). 이 법안이 그대로 통과되면 음식점과 제과점, PC방, 노래방 등 자영업자도 중대재해법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