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을 휴일로 인정하지 않는 중국은 25일에도 상하이 증시를 개장했습니다. 크리스마스 당일 휴장은 물론 전날에도 오후 1시에 조기 폐장했던 미국과 달랐지요. 외국인들이 많이 거래하는 홍콩 증시만 미국처럼 성탄절 휴일을 지켰습니다.
지난 수 개월 간 미국과 중국 증시에서 가장 큰 관심을 모은 종목을 꼽자면 단연 ‘빅테크 기업’입니다. 미국 최대 기업으로 성장한 애플과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페이스북이 대표적이죠. 중국 최대 기업인 알리바바그룹도 마찬가지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비대면 경제 바람을 타고 주가가 수직 상승했습니다.
이런 빅테크 기업이 미국과 중국 양쪽에서 호된 시련을 겪고 있습니다.
시작은 미국 정부와 의회였습니다. 미 법무부와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지난 10월부터 잇따라 반독점 소송을 시작했습니다. 의회 역시 빅테크 기업의 독과점 남용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지요. 최악의 경우 거대 기술기업이 여러 법인으로 쪼개질 수도 있습니다.
중국 움직임도 심상치 않습니다. 당국은 지난달 5일로 예정됐던 핀테크 업체 앤트그룹의 세계 최대 기업공개(IPO)를 무산시켰고,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에 대한 반독점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협력업체에 독점 거래를 강요했다는 혐의이죠. 알리바바는 시가총액 기준으로 세계에서 7번째로 큰 기업입니다.
반독점법 위반 조사 소식에 알리바바 주가는 지난 24일 13% 넘게 급락했습니다. 불똥이 튈 것을 우려한 다른 전자상거래 업체 주가도 부진했지요.
중국 당국은 조만간 알리바바 계열사인 앤트그룹을 호출해 ‘면담’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지난달 초 이후 두 번째 부르는 겁니다. 일종의 군기잡기 성격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공교롭게도 세계 IT(정보기술) 업계를 주름잡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거대 기업들이 동시에 반독점 조사를 받게 된 겁니다
하지만 두 국가의 반독점법 조사 및 처리 방식엔 결정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조사를 시작한 이유부터 다릅니다. 미국 정부는 “빅테크 기업들이 독점권을 남용해 소비자 권익을 침해하고 경쟁 기업의 기회를 제한했다”고 밝혔습니다. 소비자의 선택 기회를 넓히기 위해 소송에 나섰다는 겁니다.
중국 당국이 알리바바에 대한 반독점 규제에 나선 건 마윈 창업자의 최근 발언이 계기가 됐다는 해석이 지배적입니다. 마윈은 지난 10월 상하이 와이탄 금융 서밋 기조연설에서 “중국엔 금융시스템 위기가 있을 수 없다. 시스템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고 발언한 데 이어 “당국이 위험 방지를 내세워 지나치게 보수적인 감독 정책을 취하고 있다”고 이례적으로 비판했습니다.
외신에 따르면 이 소식을 듣고 시진핑 국가주석이 격노했다고 합니다. 마윈은 당국에 불려가 고초를 겪었지요. 마윈은 공산당 지도부와의 면담에서 “정부가 원하면 (알리바바 자회사인) 앤트그룹 지분도 넘길 수 있다. 플랫폼을 가져가도 된다.”고 읍소했다고 합니다.
대처 과정도 상당히 다릅니다. 미국은 빅테크에 대한 규제를 주로 소송을 통해 대응하고 있지요. 법치국가이기 때문입니다. 패소하면 소송 비용만 날릴 수 있습니다. 소송 기간 역시 수 년이 걸릴 수 있지요.
실제 1998년 미 법무부가 MS를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제소해 1심에서 기업 분할 명령이 내려졌지만 결국 합의로 마무리됐습니다. MS가 법 논리 싸움에서 승리한 겁니다.
중국은 소송보다 창업자를 불러 압박하고 직접 규제를 도입하는 걸 선호합니다. 속전속결이 가능하기 때문이죠. 글로벌 투자자와의 약속인 앤트그룹 상장을 단 이틀 남겨놓고 무산시킨 게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앤트그룹 ‘알리페이’를 통한 은행 예금 서비스를 한 순간에 중단시키기도 했지요.
과거에도 공산당에 미운털이 박힌 기업은 해체되거나, 오너가 20년 가까운 장기 징역형에 처해진 사례들이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 두 초강대국의 빅테크 기업들은 10년 후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요.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