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도 '중대재해처벌법' 발의…입법 경쟁에 가세

입력 2020-12-02 17:23
수정 2020-12-03 01:20
국민의힘이 처벌 범위와 기업 부담 등을 조절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발의했다. 국민의힘에서 ‘중대재해’와 관련한 법안을 발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주도하고 있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관련 ‘입법 전쟁’에 국민의힘이 본격 뛰어들었다는 평가다. 기업들이 반대하는 법·제도 개편안에 제1야당까지 가세하자 경제계는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2일 국회에 따르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는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기업의 책임 강화에 관한 법률안’을 제출했다. 임 의원은 법안에 대해 “산업 안전 범죄에 대한 처벌이 사고 예방이라는 측면에서 형량이 낮다”며 “사업주와 기업에 강도 높은 책임을 지우도록 해 중대재해 예방 효과를 높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임 의원의 법안은 기존 산업안전보건법에 비해 처벌 수위를 대폭 강화했다. 사업주와 경영 책임자가 안전 및 보건 의무를 위반해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5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나 1억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민주당 안(2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5억원 이상의 벌금)이나 정의당 안(3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5000만원 이상 10억원 이하의 벌금)과 큰 차이가 없다. 중대재해를 일으킨 법인에 대해서도 관련자 사망 시 10억원 이상 30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처벌 범위와 입증책임 부담 등에서는 민주당·정의당 안과 차이를 뒀다. 국민의힘 안은 공무원을 처벌 대상으로 하지 않았다. 민주당·정의당 안은 기업과 경영자뿐 아니라 감독 의무가 있는 공무원까지 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다.

산업계 반발이 거센 ‘입증책임’ 문제에서도 차이가 있다. 민주당·정의당 안은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는 경우 사업주 또는 경영 책임자 등이 위험방지 의무를 위반한 행위로 인해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규정한다. 즉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음’을 기업이나 사업주 스스로가 입증해야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국민의힘 안은 입증책임의 부담을 기업이나 사업주에게 따로 지우지 않는다.

징벌적 손해배상 규정도 빠졌다. 민주당·정의당 안은 법인이 중대재해로 인한 손해액의 5배(민주당 안) 혹은 3~10배(정의당 안)를 배상해야 한다. 국민의힘 안에는 이런 규정이 없다.

국민의힘 당내에선 이번 법안 발의에 대해 우려 섞인 반응도 나온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처벌 범위 등을 조절했다고 하더라도 기업이 우려하는 법을 당론으로 반영하는 건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