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개인회생·파산 결정 오래 걸리자…판사 아닌 '공무원'에 맡기려는 법원

입력 2020-11-29 18:04
수정 2020-11-30 10:03

법원행정처가 개인 회생·파산 사건을 법관(판사)이 아닌 사법보좌관에게 맡기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법보좌관은 법관을 보좌하는 일반 법원직 공무원이다. 법관의 업무 부담을 줄이고 사법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취지지만, 서울회생법원 등이 반대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사법보좌관의 업무를 개인회생·파산 사건으로 넓히는 방안을 검토했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상반기에 검토를 했다”며 “다만 법원조직법 등 법개정이 필요한 사항이라 추진은 잠정 중단된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사법자원 효율화 방침을 확대해 나간다는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올 7월 도입을 목표로 검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개인회생·파산 사건은 접수부터 인가 결정까지 평균 6~9개월이 걸린다. 지금은 파산관재인과 회생위원이 서류 및 법적 요건 등을 검토한 뒤, 판사가 재검토해 최종 결정한다. 그런데 앞으로 사법보좌관이 이를 전담할 경우 처리 기간이 대폭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 법원행정처 안팎의 설명이다.

사법보좌관은 경매나 채권집행, 지급명령 등 비송사건(非訟事件·일반적인 소송절차를 따르지 않고 간이, 신속하게 처리되는 사건)을 담당하는 법원직 공무원으로 29일 기준 전국에 193명이 근무하고 있다. 법원사무관 이상의 직급으로 5년 이상 근무했거나 법원주사보 이상의 직급으로 10년 이상 근무한 현직 법원사무관 중에서 선발한다. 개인 회생·파산도 비송사건으로 분류된다. 법원행정처는 법관의 업무 중 비교적 간단한 절차는 사법보좌관들에게 맡기고 있는 추세다. 실제로 지난 7월 1일부터 부동산 인도, 관리명령과 특별 현금화명령 등 일부 민사집행절차도 사법보좌관의 업무로 추가됐다.

서울회생법원은 개인 회생·파산 사건은 법관이 맡아야 한다며 반대하고 있다. 회생법원 관계자는 “헌법상 재산권을 제한하려면 법률상 규정이 있어야 한다”며 “법률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법관이 채무감액 등을 확인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전국 법원에 접수된 개인파산 사건은 4만5642건으로 2018년(4만3402건)보다 2000건가량 증가했다. 개인회생 역시 지난해 총 9만2587건이 접수돼 2018년(9만1219건)보다 1000건가량 늘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