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을 접종한 뒤 사망한 사례가 9명으로 확인됐지만, 보건당국은 예방접종을 중단할 만한 상황이 아니라고 진단했다.
현재로서는 독감 백신 접종과 사망 간 직접적인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은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독감의 동시 유행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접종을 지속해야 한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21일 충북 오송 질병관리청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예방접종 피해조사반' 회의 내용을 언급하면서 "전체 독감 예방접종 사업을 중단할 만한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회의에서는 각 지역에서 보고된 사망 사례에 대한 기초·역학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이상 반응과의 인과과계를 따져보며 중증 반응이 발생했을 때 해당 백신에 대한 재검정 및 사업 중단 필요성 등에 대한 의견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정은경 청장은 "논의 결과 백신과의 직접적인 연관성, 예방접종 후 이상 반응과 사망과의 직접적인 인과성은 확인되지 않았으며 특정 백신에서 중증 이상 반응 사례가 높게 나타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2건에 대해서는 '아나필락시스'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아나필락시스는 특정 식품, 약물 등 원인 물질에 노출된 뒤 수 분 혹은 수 시간 이내에 전신적으로 일어나는 중증 알레르기 반응으로, 예방접종으로 인한 중증 이상 반응 중 하나로 꼽힌다.
정은경 청장은 "사망자 2명의 경우, 아나필락시스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며 "나머지 신고 사례에 대해서도 부검 결과와 의무기록 조사 등 추가 조사를 통해 인과관계를 확인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피해조사반은 현재 코로나19가 유행하는 상황 등을 고려하며 다양한 논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예방접종 피해조사반장인 김중곤 서울대 명예교수는 논의 결과를 언급하며 "현재 갖고 있는 자료를 바탕으로 내린 결론은 (사망과) 예방접종과의 직접 관계가 있다는 증거는 찾아볼 수 없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독감 백신이 갖는 어떤 독성 물질이 원인이 됐을지, 사망한 이들이 비교적 짧은 기간에 숨진 점, 평소 앓고 있던 기저질환(지병) 과의 관계에 주목했다고 김중곤 교수는 전했다.
김중곤 교수는 "동일한 백신을 접종받은 많은 분들이 별다른 문제 없이 괜찮았다는 반응을 볼 때 (사망자들에게 접종된) 백신이 어떤 독성물질을 갖고 있다든가 하는 현상은 발견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백신 자체의 문제는 배제할 수 있다고 결론 내렸고 급성기 과민 반응에 의한 사망 여부의 경우, (논의한) 6명 가운데 2명 제외하고는 관계없는 것으로 판단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독감 예방접종에 대한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를 언급하며 "코로나19와 독감이 동시 유행하는 것을 두고 전 세계가 우려하고 있기에 고령자들은 접종을 지속하는 게 타당하지 않을까 결론 내렸다"고 말했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