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만 등 아시아와 미국 캐나다 등 북미 국적 외국인이 올해 서울 강남권 부동산을 대거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내국인의 아파트 거래가 크게 위축된 가운데 대출 규제가 덜한 외국인이 서울 주택 취득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15일 대법원이 추경호 국민의힘 국회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의 올 1~9월 서울 집합건물(아파트 빌라 오피스텔 오피스 등) 취득은 2555건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2238건)보다 14.1% 늘었다. 대부분이 주거용 부동산인 것으로 대법원은 추정했다.
외국인은 강남권 부동산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송파구에서 186건을 취득해 지난해 같은 기간(124건)보다 50%가 증가했다. 강남구는 214건으로 19.5% 늘었다. 같은 기간 강남구와 송파구의 전체 아파트 거래는 각각 18.6%, 5.1% 감소했다. 고가 아파트 대출 규제와 다주택자 세금 부담 강화 등이 거래의 걸림돌로 작용했다.
강남권 거래량은 월별로 봐도 외국인에 한해서만 ‘나홀로 증가’세다. 한국감정원의 월별 건축물(집합건물+비집합건물) 통계에 따르면 지난 8월 외국인의 강남 3구 거래량은 123건으로 집계됐다. 7월(114건)보다 7.9%(9건) 늘면서 올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가별로는 중국과 미국인 거래가 많다. 중국인의 국내 집합건물 매입 건수는 올 들어 지난달까지 8125건이었다. 전체(1만2307건) 거래의 66%에 달한다.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0.5% 늘었다.
올해 증가세로만 보면 대만과 캐나다 국적 외국인의 거래가 두드러졌다. 대만인은 383건을 사들여 작년(249건)에 비해 53.8% 증가했다. 캐나다도 729건으로 작년(512건)보다 42.3% 늘었다. 해외 부동산투자자문 전문기업 글로벌PMC의 김용남 대표는 “캐나다 등 선진국에선 교포 등 ‘검은머리 외국인’이 상당수 포함됐을 것”이라며 “아시아 국가에서는 자산가들이 강남 부동산 매입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한 중개법인 대표는 “국내 다주택자와 법인이 매물을 내놔야 하는 상황에 몰리자 강남권의 수익률 좋은 부동산 매물을 찾는 외국인이 많다”고 했다.
비거주 외국인은 외국에 집이 여러 채 있더라도 국내에 한 채의 주택을 구입할 경우 다주택자 규제를 받지 않는다. 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의 규제도 비껴간다. 대출 규제로 국내 매수자는 돈줄이 막힌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쉽게 진입할 수 있는 상황이다. ‘역차별 논란’이 커지면서 외국인의 부동산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 이용호 무소속 의원 등은 외국인 취득세율을 높이는 규제 법안을 발의했다.
이유정/성상훈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