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다가오면서 해외주식에 투자한 국내 투자자들은 양도소득세에 대한 고민을 시작할 때가 됐습니다. 국내 주식은 개인 투자자 대부분이 양도소득세를 낼 일이 거의 없습니다. 국내는 특정 종목의 지분 1% 혹은 3억원어치 이상 가진 대주주만 양도소득세를 내기 때문이죠. ◆250만원 초과 이익분엔 세금 22% 해외주식은 다릅니다. 해외주식으로 250만원이상의 수익을 냈다면 그 초과분에 대해서는 지방세를 포함해 22%의 세금을 내야합니다. 대상은 올해 안에 결제된 해외 주식 매매 차익입니다. 결제는 3거래일 가량 걸리는 만큼 12월 27일 전에 주문한 거래까지가 과세 대상이 됩니다.
과세 표준은 종목별로 손익을 합산합니다. A종목에서 500만원을 잃고 B종목에서 1000만원을 벌었다면 500만원 중 250만원을 제외한 250만원이 과세 대상이 됩니다. 수수료 등을 계산하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약 55만원의 양도소득세를 내야 하는 것입니다.
양도소득세를 줄이기 위해선 손해를 보고 있는 종목을 매도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올해 총 수익분을 줄여야 과세표준이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사실상 유일한 절세법입니다.
올해처럼 애플이나 테슬라가 급등한 경우에는 수익을 실현한 개인 투자자들이 내년도에 세금 폭탄을 맞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해외주식에 대한 양도소득세가 국내 주식 대비 너무 과도한 것 아니냐, 시대를 못 좇아간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장기보유엔 세금 확 줄여주는 미국미국인이 해외주식에 투자한 경우는 어떨까요? 미국은 단기보유자와 1년 이상 장기보유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체계가 확연히 다릅니다.
우선 미국은 미국 국적의 투자자가 해외에 보유한 종목을 매수 시점으로부터 1년 이내에 매도할 경우 단기보유에 따른 양도소득세를 부과합니다. 9875달러(약 1132만원)까지는 10%의 양도세를 적용합니다(아래 표 참고). 만일 부부합산으로 소득을 신고한다면 이 기준은 1만9750달러까지 올라갑니다.
22%의 단일 세율인 한국과 달리 구간별 차등세율을 적용합니다. 한국과 같은 22%의 세율을 적용받는 과세표준 구간은 부부합산 기준 8만251달러~17만1050달러입니다. 즉 9000만원의 이익분까지는 12%의 양도소득세를 적용한다는 이야기입니다.
해당 종목을 1년 이상 보유한 경우에는 세율이 확 줄어듭니다. 장기 보유에 따른 혜택을 주기 위해서입니다. 1년 이상 보유한 종목을 팔 때는 부부합산신고 기준 8만달러(약9000만원)까지는 소득세율이 없습니다. 1년 내내 한 부부가 9000만원을 해외 주식으로 벌더라도 낼 세금은 없다는 뜻입니다.
8만1달러~49만6600달러의 과세표준 구간에서는 15%의 양도세를 부과합니다. 보유 기간이나 과세표준을 구분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22%의 단일 세율 단일 구간을 적용하는 한국과는 확 다른 체계입니다.
왜 미국은 1년 이상 보유 종목에 대해서 양도소득세를 큰 폭으로 감면해주는 것일까요? 미국 뉴욕에서 한인들을 대상으로 미국 세무 서비스를 제공중인 'Right Tax Service' 소속 마크강 미국 회계사는 "단일 세율을 적용하는 한국의 세금 체계는 장기투자와 주식 투자를 통한 노후 준비를 독려하는 미국 세금 체계와 비교해 아쉬움이 많다"며 "미국은 해외주식도 장기적으로 투자하면 낮은 세율을 적용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자산을 늘려갈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퇴직연금계좌(IRA)에 납입한 금액에서 주식투자를 해 양도차익이 누적되더라도 65세 연금 수령까지는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다는 점만 보더라도 주식 투자를 통해 노후를 준비하라는 미국 세금 체계의 기본적인 방향을 알 수 있다는 게 강 회계사의 설명입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