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스가, 첫 국제무대 연설서 "北 김정은 무조건 만나겠다"

입력 2020-09-26 09:26
수정 2020-09-26 09:28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첫 국제 외교무대 연설인 유엔 총회 연설에서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해 조건 없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겠다는 뜻을 거듭 전했다.

스가 총리는 26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총회 일반토론의 비디오 연설을 통해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는 국제사회의 중요한 관심 사항"이라며 "피해자 가족이 고령이 된 상황에서 납치 문제 해결을 잠시도 미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는 이달 16일 취임한 스가 총리의 첫 국제 외교무대 연설이다.

그는 이어 "조건을 붙이지 않고 김 위원장과 만날 용의가 있다"면서 "일조(북일) 간에 성과 있는 관계를 수립해 가는 것은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북한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스가 총리는 아베 신조 전 총리와 같이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을 내세워 김 위원장과 조건 없는 회담을 하겠다는 입장을 수시로 밝혀왔고, 이를 유엔 무대에서 다시 천명했다.

북한은 일본 정부가 미해결 상태라고 주장하는 납치 피해자 12명 중 요코타 메구미(1977년 실종 당시 13세) 등 8명은 이미 사망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다른 4명은 북한에 들어오지도 않았다면서 '해결할 납치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스가 총리는 이번 연설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내년으로 연기된 2020도쿄올림픽·패럴림픽과 관련해 "인류가 전염병을 극복한 증거로 개최한다는 결의"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안심, 안전한 대회에 여러분을 맞이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코로나19 상황에서 도쿄 올림픽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힌 것으로 보인다.

스가 총리는 코로나19 확산에 대해 "인간 안보에 대한 위기"라고 규정했다. 이어 코로나19로 초래된 위기를 국제사회의 협력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고 싶다며 치료약·백신 개발과 이에 대한 개발도상국의 공평한 접근을 전면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설명했다.

개도국 경제를 지원하기 위해 2년간 최대 5000억엔(약 5조5700억원)의 엔 차관을 제공할 것이란 청사진을 제시했다.

스가 총리는 유엔 개혁 방향에 대해 "유엔에는 중립적이고 공정한 지배구조(거버넌스)가 한층 요구되고 있다"면서 안전보장이사회 개혁을 포함한 유엔 개혁이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법의 지배에 대한 도전을 허용해선 안 된다"며 "일본은 법의 지배에 근거한 지역 평화와 번영의 초석인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무기 문제와 관련해 스가 총리는 "올해로 핵무기를 처음 사용한 지 75년이 됐다"며 "히로시마와 나가사키가 반복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이 일본의 항복을 받아내기 위해 원폭을 투하한 곳이다.

스가 총리는 이어 일본 정부는 비핵 3원칙(핵무기 보유·제조·반입 금지)을 견지하면서 핵무기 없는 세계의 실현을 위해 힘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일본 정부가 비준하지 않고 있는 핵무기금지조약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현재 45개국이 비준한 해당 조약에 대해 자국 방위의 한 축을 미국 핵무기에 의존하며 이른바 '핵우산' 효과를 누리는 일본은 비준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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