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지사가 최순실의 딸 정유라를 언급하며 "'돈도 실력'인 사회는 현재진행형"이라고 했다. 군 입대한 아들의 특혜 청탁 의혹에 휘말린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의 주범인 최순실을 소환하면서 추 장관 논란에 '물타기'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 지사는 13일 페이스북에 한 언론의 은행권 채용비리 이후 추적보도를 링크한 뒤 "'돈도 실력이야, 니네 부모를 원망해' 지난 2016년 온 국민을 거리로 나오게 한 정유라의 말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 지사는 "21세기 한국사회의 절망감을 이 한마디 말 만큼 정확히 표현할 수 있을까. 고상한 말로 하면 ‘세습 자본주의’ 사회"라며 "분통을 터뜨리는 분, 별반 새롭지 않다며 체념하며 보신 분, 특권층처럼 자식에게 해줄 수 없어 못내 가슴을 쓸어내린 부모님들도 계시겠다"고 했다.
이어 "이런 일이 유독 최근에만 많아진 것은 아닐 것"이라며 "한국 사회가 87년 민주화와 두 번의 민주 정부를 거치며 상당 부분 공정한 사회가 된 것도 맞다"고 덧붙였다.
이 지사는 "그때와 달리 양극화가 가속화되고 고용 없는 성장이 계속되는 시대에는 한 번의 불공정이 미치는 기회의 불균형이 너무도 큰 격차와 정서적 박탈감을 만들어 낸다"며 "인천공항 정규직 논란에서 청년들이 보였던 분노의 기저에는 신분제에 가까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 문제가 자리하고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생각하는 국민들의 요구는 크게 어렵지 않다. 우선 기본부터 잘하라는 것"이라며 "최소한의 공정성은 지켜지는 사회를 만들라는 것"이라고 했다.
이 지사는 "비리가 발견되었다면 그에 따른 분명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 그게 기본"이라며 "논란이 되니 잠깐 고개 숙였다가 시간이 지나면 유야무야 넘어가는 식으로는 한국 사회에 희망 없다"고 했다.
이 지사가 은행권 채용비리를 주제로 쓴 글이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덕에 혜택을 본 정유라를 언급한 것은 아들의 군 시절 특혜 청탁 논란에 휩싸인 추 장관 사태와 겹쳐 해석됐다. 앞서 이 지사는 추 장관 논란과 관련 "정확히 몰라 잘했느니 못했느니 말씀 못 드린다"면서도 "평생 마녀사냥을 당해온 사람이어서 대체적으로는 침소봉대들이거나 좀 팩트와 벗어난 것들이 많더라는 제 개인적 경험을 갖고 있다"며 추 장관을 사실상 엄호하는 발언을 내놨다.
이를 두고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 지사를 향해 "결국 공정의 가치를 내버리면서 친문(친 문재인)의 아부꾼이 되고 있다"며 "의대생들에게 특혜는 절대 안 된다는 이 지사가 추미애 장관 문제는 침소봉대되었고 특혜는 없었다며 편을 들고 나섰다"고 지적했다.
하 의원은 "추 장관 아들 특혜 논란이 다른 특혜 논란보다 중하게 다뤄져야 하는 이유는 두가지"라며 "(추 장관이) 당 대표일 때, 또 장관하는 동안 시도된 특혜 부여인 권력형 특혜라는 것이 첫 번째 이유이고 아들과 관련된 여러 청탁이 있었고 정상적인 절차가 아니었다는 증언이 잇따르고 있는데도 이 지사는 이 모든 관련자 증언을 무시하고 있다"고 했다.
하 의원은 "군대는 어느 집단보다 공정성이 생명인데 그래서 그 어느 집단보다 군대의 공정 가치는 예외 없이 수호돼야 한다"며 "군대 특혜를 방치하는 것은 댐을 허물 수도 있는 작은 구멍을 방치하는 것과 같다"고 덧붙였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