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은 아시아나항공 매각 불발로 자금난이 심화된 금호고속도 아시아나항공과 함께 채권단 관리 체제에 넣어 자금을 지원하고 관리하기로 했다.
11일 최대현 산업은행 기업금융 담당 부행장은 기자간담회를 열어 "금호고속에 9월말까지 1100억원 정도, 연말까지 4000억원 가량 자금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금호고속에 대한 정상화도 (아시아나항공과) 동시에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 부행장은 금호고속에서 우선 120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추가로 필요한 2800억원은 다시 실사를 통해 관리 방안을 수립하겠다고 덧붙였다.
금호고속은 이날 오후 고속버스 운영 사업부를 분할해 '금호익스프레스'를 신설한다고 공시했다. 산은은 금호익스프레스의 주식을 통째로 담보로 잡은 다음 존속법인인 금호고속 쪽에 자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금호고속과 금호익스프레스는 모두 산은과 특별 약정을 맺고 채권단 관리 체제로 운영될 예정이다. 금호고속의 상황이 개선되지 않고 경영진이 협조하지 않을 경우 산은은 금호익스프레스 주식을 모두 처분할 권리를 갖게 될 전망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박삼구 전 회장 등이 금호고속(지분율 72.79%)을 갖고 있고, 금호고속이 금호산업(45.3%)을, 금호산업이 아시아나항공(30.77%)을 보유하고 있는 수직 구조다. 최 부행장은 금호산업에 대해서는 "자체 대응으로 유동성과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고 본다"며 "(금호산업의)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과 협의해 경영상황을 계속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가장 위에 있는 금호고속은 원래도 자금 사정이 좋지 않았다. 금호고속의 대출금 상환 문제는 작년 4월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결정해야 했던 이유 중 하나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고속버스 여객 수가 절반 이하로 줄어들면서 금호고속의 재무상황은 최근 더 나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또 금호고속이 보유하고 있는 광주 유스퀘어(광주시외버스터미널·옛 금호터미널) 개발 및 매각 등도 검토하고 있다. 최근 유스퀘어의 개발 가능성을 타진하고 적정 가격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기 위해 컨설팅 업체 선정 작업을 시작했다.
박삼구 전 회장도 직접 그룹을 살리기 위해 뛰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박 전 회장은 최근 여권 관계자들을 만나 그룹에 대한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