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라 칼레니우스 다임러 및 메르세데스벤츠 이사회 회장(사진)이 당분간 본사가 있는 독일에서 자동차 생산을 확대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비용 절감을 위한 전략 중 하나로, 향후 독일에서 구조조정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칼레니우스 회장은 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차량이 많이 팔리는 시장에서 생산도 늘려야 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 시장에 투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임러는 메르세데스벤츠의 모회사로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완성차 업체로 꼽힌다.
업계에선 그의 발언이 구조조정을 예고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자동차 산업은 독일의 중추 산업으로 분류된다. 약 81만5000명이 자동차 산업에 직접 고용돼 있고, 관련 일자리만 220만개에 달한다.
FT는 지난주 독일 자동차 부품업체 콘티넨탈도 '1만개의 일자리가 추가로 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놨다는 점에 주목했다. 앞서 독일 최대 노동 단체인 'IG 메탈'은 지난 6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독일 자동차 업계에서 8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다임러의 경우 본사가 있는 독일에서 근무하는 근로자가 30만명 이상이다. 전 세계 직원의 절반이 넘는 규모다. 독일은 중앙 유럽, 아시아 등 다른 지역보다 임금 수준이 높아 생산 비용이 많이 드는 곳으로 꼽힌다. 반면 다임러 경쟁사인 폭스바겐은 전체 임직원의 40%만 독일에서 근무중이다.
다만 다임러가 대규모 구조조정을 급격히 진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017년 이 회사 노동조합과 디터 제체 전 최고경영영자(CEO)는 13만개 일자리를 10년간 보장한다는 내용의 협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칼레니우스 회장은 줄곧 가장 큰 시장에 생산 시설을 가까이 자리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다임러가 지난해 독일에서 판매한 차량은 전체의 15%가량이다. 반면 중국에서는 두 배가량인 70만대가 팔렸다.
칼레니우스 회장은 "인건비 등 독일에서의 생산비용은 다른 지역보다 훨씬 많이 든다"며 "우리는 노동 생산성에서 더 많은 것을 얻어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