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료계 갈등에 환자만 피해…"유방암 진료 두 달 기다려야"

입력 2020-08-31 15:20
수정 2020-08-31 15:29

지난 21일 시작된 전공의 무기한 파업이 11일째를 맞았다. 전공의들은 무기한 파업을, 정부는 법적 조치라는 강경한 태도에서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환자들은 진료·수술이 대책없이 연기돼 피해를 보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31일부터 1주일 동안 연기가 가능한 외래 진료와 시술을 대폭 축소하고 입원 환자 진료에 집중하는 비상 진료 체계로 돌입했다. 이번 주 서울대병원 본원 내과와 암병원 내과에 예약된 일일 환자수는 2600~3400명이다. 서울대병원은 이들의 차트와 진료의뢰서를 분석해 당장 진료를 보지 않으면 위험해지는 위중한 환자 위주로 진료를 재편성했다.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등 다른 서울 시내 주요 병원도 외래 진료를 가능한 한 뒤로 미루고 있는 중이다. 외래 및 입원환자 진료, 수술 등을 교수들이 도맡으면서 한계가 다가오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삼성서울병원은 첫 진료를 받으려면 간암 환자는 최소 2주, 유방암 환자는 꼬박 두 달을 기다려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다른 과도 수술 스케줄이 밀리고 있지만 유방외과의 경우 11월 초에 진료를 받고 바로 수술 일정을 잡더라도 빨라야 연말, 늦으면 내년으로 수술이 밀릴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립은 고발전으로 비화했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31일 보건복지부 공무원을 직권남용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임현택 소청과의사회장은 "전공의들의 단결권·단체행동권 등 근로자로서의 권리와 직업인으로서의 직업수행의 자유 등 헌법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들도 성명을 내고 정부를 비판했다. 교수들은 성명에서 "교수들이 앞장서 응급실 및 중환자실 대체 근무를 하며 실질적 업무 공백이 없었는데도 전공의를 잠재적 범법자 취급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전공의 중 단 한 명이라도 불이익을 당하면 교수들은 사직을 포함한 단체 행동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부가 전공의 전임의 집단 파업에 강경 대응 방침을 밝히자 학계에서도 비판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한의학회는 "정부가 응급실, 중환자실 전공의를 고발하고 겁박하는 것은 군사정권 때도 볼 수 없었던 일"이라며 "의료계의 미래인 이들에 대한 탄압을 즉각 중단하라"고 밝혔다.

한국백혈병환우회, 한국GIST환우회, 한국신장암환우회,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한국건선협회,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등 6개 환자단체는 이날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통해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장기화하면서 환자들의 피해와 불편은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며 "정부와 의사는 충돌을 멈추고 환자 치료부터 정상화할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